'인류가 조금 더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은 어디에 있는가?' 시어도어 젤딘은
<인생의 발견>에서 수천 년 인류 역사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져간 수많은 삶, 흩어져버린 생각들을 차근히 검토하며 그 속에서 그 힌트를 얻고자 한다. 우리가 놓쳐버린 세상의 모든 지혜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대담한 지적 모험이다.
젤딘은 고대 중국과 일본, 아랍세계부터 오늘날의 이케아 매장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인류 경험의 대양’으로 탐험을 나선다. 그는 삶의 기쁨과 좌절에 관해 솔직한 증언을 남긴 이들의 내밀한 기록을 살피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생에 관한 통찰을 발굴해낸다.
젤딘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고민의 흔적들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자아, 일, 인간관계, 섹스, 나이 듦의 고민부터 예술, 종교, 정치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나와 세계를 구성하는 중대한 문제들에 관한 통찰을 길어 올린다.
중국의 명망 있는 관리이자 문인이었음에도 '인생을 허비했다'는 공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모기령(毛其齡), 선전용 영화를 만들라는 압박 속에서 세상과 불화했던 예이젠시테인, 유머와 풍자를 통해 중국 현대사의 혼란을 고발했던 라오서 등. 한 발 앞서 ‘가치 있는 삶’을 고민했던 이들의 삶을 조명하며 이들이 무엇에 좌절했고 어떤 선택을 내렸는가를 되짚어보고, 만약 그들에게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면 인생의 선택지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유추해본다.
또한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졌던 생각들, 미완으로 끝났던 실험들을 조명하며 앞서간 이들이 먼저 짊어졌던 고민들을 발판삼아 오늘 우리 앞에 놓인 고민들을 풀어갈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를 통해 ‘모두의 경험, 모두의 시행착오’가 우리에게 얼마나 풍성한 지혜의 유산을 전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요소다. 기억의 폭이 좁을수록 미래를 폭넓고 독창적으로 구상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기억을 먹여 살리는 방법은 몸을 먹여 살리는 방법만큼 중요하다. 개인의 경험은 부족한 식단이지만 남들에게 습득한, 사실상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인류에게서 습득한 간접기억으로 보완할 수 있다.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
그는 이 책에서 루치안 프로이트, 앨버트 아인슈타인, 도스토옙스키, 앙리 푸엥카레,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앤드류 카네기, 이케아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 밥 딜런, 485명의 고아를 거둔 인도 여성 하이마바티 센까지 수많은 작가, 시인, 화가, 과학자, 경영자들을 불러낸다.
책 속으로
남녀가 아이를 낳는 것은 두 사람의 성격을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혼합해서 둘 중 누구도 동의하지 못할 인간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도 혼합되고 간혹 미지의 혈통에서 나온다. 인간은 무(無)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적이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가운데 하나는 아이를 낳는 일이고, 그러려면 배우자와 영감과 적어도 타인과의 만남이 필요하다. 인간은 지식을 습득하는 한 살아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반박하는 과정이다. _10장 「편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예술이 주는 단서는 예술이 예측 가능한 목적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능숙한 손재주 이상의 더 많은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작품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세계관이 표현되므로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사이 탐색의 방향과 관점과 목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모험이다. (…) 예술 작품 하나하나는 개별적이지만 의사소통의 한 모험으로서 예술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자극한다. _20장 「예술가는 자기표현 이상의 다른 무엇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까」
개인의 삶은 과거에서 계승한 생각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다양한 시대의 흔적과 정취가 어린 정서로 형성되기도 한다. (…) 오스카 니마이어의 죽음에 대한 강박, 체념, 가족의 뿌리, 저항과 놀라움과 곡선에 대한 열정, 충성심, 너그러움, 인도주의에는 그가 다양한 고대 전통과 야망에서 자양분을 얻고 이것들을 섞어서 고유한 멋을 찾은 사실이 드러난다. 삶의 질은 기억을 정교하고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결합해서 각각의 요소가 따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끌어내는 데 좌우된다. 이 중에 어느 하나도 한 사람이 살아온 햇수로는 가늠할 수 없다. _26장 「마음이 젊으면 노화를 피할 수 있을까」
세포는 자살하는 기능을 가지고 태어나고 주변의 다른 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지 못할 때 자살 기능을 발동시킨다. 그리고 다른 세포들과 결합해서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 때 살아남는다. (…) 한마디로 주변 세포들과의 모든 접촉을 차단하면 침묵에 대한 벌로 죽는 것이다. 자살을 감행하는 것은 비단 세포만이 아니다. 철학적 명상에 빠져드는 인간도 삶을 놓친다. (…) 남들이 내게 두려움을 불어넣고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건넬 방법을 모르거나 그들이 내게 말을 건넬 방법을 모르거나 우리가 서로의 요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존재의 목적을 상실한 세포와 같다. 하지만 두려움이 배고픔만큼 불가피하다고 해도 두 가지 모두에 품위 있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두려움을 탐색하는 것은 삶의 사명이고, 두려움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_28장 「살아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시어도어 젤딘 지음 |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488쪽 |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