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 3.1운동에서 촛불 광장까지

신간 '우리는 현재다'

3·1운동, 4·19혁명, 6월 항쟁, 촛불 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행동들에 청소년이 참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생,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역할에 비해 그동안 덜 중요하게 다뤄져온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현재다>는 이렇게 사소하게 지나쳤던 청소년들의 참여행동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숨어있던 사료들에 이야기라는 숨결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활약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청소년 또한 같은 시민으로서 이 행동들에 참여했음을 증명한다. 아니, 오히려 독립과 해방, 민주주의와 혁명, 인권과 삶을 위해 나섰던 순간들을 주도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렇게 역사가 말해주듯이 청소년도 인간이고 시민이기에,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나 경험 따위를 들어 청소년의 시민적 권리를 유예시킬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거리로 나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을 보며 기특하다거나, 새로운 일이라고 감탄하지 않기를 바란다.” 청소년도 시민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청소년도 인간이고 시민이기에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어떤 어른들은 “기특하다” “미안하다”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는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고 잘 모를 거라는 편견, 청소년들의 정치적 행동은 예외적인 사건이라는 인식이 전제로 자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청소년을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주역으로 바라보는 유예와 배제의 관점이다.

이러한 유예와 배제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강화되었다. 학교가 부족해서 배울 수 없었던 일정강점기나 가난해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박정희 시대까지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성인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농업노동에 참여하거나, 대도시에서 홀로 임금노동에 나서야했다. 따라서 3·1운동이나 4·19혁명, 70년대 노동운동에 청소년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유력한 길로 본격화된 1970년대를 거치면서 청소년은 학생이 되었고, 청소년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벗고 교복을 입게 되었다. 이제 청소년들은 “학교가 정해주는 교칙에 따르고, 대학 진학을 위해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에 열중하는 ‘모범생’이 되도록 요구받았다.”(김한종 교수) 그 결과 청소년들의 참여행동은 ‘불온한 학생들의 저항’ 내지 ‘미성숙한 자들의 특별한 행동’으로 취급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소년인권’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하고, 청소년 또한 신자유주의의 한복판에 내던져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유예와 배제는 소위 386세대가 운동의 가치를 독점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지금의 청소년은 신자유주의의 억압을 성장 과정에서부터 체내화한 존재다. 따라서 이들의 분노와 정치행동은 직관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겨냥한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주의 ‘밖’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하던 지배 권력은 이제 민주주의 ‘안’에서 계급 지배를 시도한다. 소위 386세대의 한계는 이러한 민주주의 제도 안의 계급 지배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들은 여전히 지배 권력을 형식적 민주주의의 적, 민주주의 밖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정치독재로 간주한다. 민주주의 안에서 진행되는 자본독재에 대해서는 어떠한 저항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민주와 진보 운동의 주체임을 자임하고, 심지어 그 가치를 독점하려는 경향을 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성은 청소년들에 대한 ‘나이주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이 미약하다는 편견과 청소년들이 미래의 주역 이라는 배제의 관점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신자유주의적 모순을 체내화했다는 측면에서, 청소년들은 자본독재 시대의 프롤레타리아트적 존재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의 저항은 자본독재를 직접 겨냥할 개연과 필연성이 높다. 2016년 촛불집회의 청소년들이 ‘혁명’이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내뱉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새로운 주체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거리로 나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을 보며 기특하다거나, 새로운 일이라고 감탄하지 않기를 바란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의 주인공이다!

공현 , 전누리 지음 | 빨간소금 | 29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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