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10분 법원 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어 오후 3시에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와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5명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다. 준비기일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어 최씨 등 8명이 이날 법정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18일 "준비절차 기일에서 어떻게 재판이 진행될지, 쌍방의 쟁점이 뭔지, 검찰이 공소유지를 어떻게 할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본인(최씨)에게도 '검찰이 어떻게 하는지 잘 살펴보는 게 좋다'고 설명해줬다"면서 "본인이 의사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준비기일 출석을 권유했다는 취지로 읽혀 주목된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 전력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형사8부, 첨단범죄수사1부 소속 검사를 주축으로 15명 안팎이 공소유지에 참여할 전망이다.
특히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을 기소할 때 기소 검사란에 이름을 올린 만큼 공소유지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에선 검찰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향후 입증 계획을 설명한다.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목록 가운데 주요 증거들을 설명하고,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인들도 신청한다.
최씨의 것으로 결론 내린 태블릿 PC와 안 전 수석의 업무용 포켓 수첩 17권,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236개 등이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피고인 측에선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 검찰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고 향후 방어 계획을 설명한다.
최씨 측 이 변호사는 앞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법률적 사실'이 아닌 '소설'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어 이날 준비기일에서도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날 준비기일이 공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수사기록 분량이 워낙 방대한 데다 재판에 앞서 검찰이 변호인 측의 기록 열람·복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기록 열람이 늦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준비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식 재판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법원은 이들 사건을 모두 '적시처리 중요사건'으로 분류하고 집중 심리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정식 심리는 일주일에 최소 2∼3회 열릴 전망이다.
최씨 등의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와 동시에 진행된다. 법정에서 공개되는 내용과 재판 경과가 특검 수사나 탄핵심판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성격, 이들 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낸 경위에 강제성이 있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대기업들에 출연금을 강제로 내게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는 '이들 두 재단이 재계 주도로 설립됐으며, 기업들이 선의로 자발적인 출연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최씨나 안 전 수석도 이 같은 청와대 논리를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범 관계, 특히 검찰이 이들과 공범으로 적시한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둘러싸고는 청와대나 정부 부처 문건 유출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또 이들 문서가 비밀로서 보호가치가 있는 것인지 등도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