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촛불집회 등장한 그룹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공연도 이러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날 멤버들과 함께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른 김반장은 "저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된 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무엇보다 요즘에는 조국이라는 말이 되게 생소한 말이 된 것 같은데, 제가 태어나서 사는 나라, 사는 동네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반장은 "제가 사는 곳이 좀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첫 곡 연주를 시작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가 여기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여/ 어기야 디기야 어기야 디기야 어기 여엉차/ 서울시민 힘을 모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가세/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서울시민 동네방네 다 모였네/ 모두 모두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세/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울지 말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덩실덩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미소 건네며 웃음 지으세/ (중략)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옛마을운동/ 그동안 잊혀졌던 그 모든 것을, 정신을 되살려 오늘에 되살려…"
◇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이어진 곡은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흥겨운 리듬이 인상적인 '잔치레게'였다.
"오늘밤 이곳에/ 비빔 풍악단이 왔네/ 흥겨 흥겨 흥겨운 음악을/ 삼태기로 전하러 왔네// 날이면 날이면 날마다/ 오는 풍악단이 아니랑께/ 걱정근심 뒤로 허고/ 이 순간 속에 살아계시게//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노래를 마친 김반장은 "이번에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국민 대통합은 진짜 이뤄진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보면 너무나 참, 뭐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담합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저희들은 이 정부가 퇴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밥값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세금을 받고 서비스하시는 분들이 그 서비스를 너무 게을리하시니까. 자기 이익대로 서비스한다는 건 서비스가 아니잖아요. 그런면에서 우리가 서비스업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웃으시고요.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아~ 복 받아가요"라는 후렴구 사이 사이 메시지를 전한 세 번째 곡을 마친 김반장은 "저는 한국사람으로 태어나서 늘 무대에 서는 게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서 큰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어르신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는 마당에서 놀았는데, 이렇게 단상에 올라와서 (공연)하는 것이 항상 쑥스럽다"며 자신의 생각을 광장의 시민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면 무대 앞 시민들과) 같은 결에서 만나지를 못해서 아쉬워요. 저한테는 이것(무대와 객석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도 프레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로 문화라는 것을 영유하면서 살고 있는데,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땅의) 토박이로서 갖고 있는 '토박이 문화'를 잘 가꾸고 계승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것들이 다 없어지고 사라져서 저 같은 서울 사람은 고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응답하라 1988' 같은 것도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진짜 잘 사는 게 양적으로 이렇게 많이 왔으니까 질적으로 (어떤 것을 가져갈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런 것들을 등한시하고 소외시키면서 이렇게 온 것 같아요. 정치인을 뽑을 때도 얼굴 반반하고 어느 대학 나왔고 어느 지방 사람인지를 항상 보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인격이든 인덕이든 인간 됨됨이는 사실 내 자식도 잘 안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됐어요."
앞서 첫 곡에서 김반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옛마을운동"이라고 노래한 데도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까닭이리라. 김반장의 마지막 발언은 자연스레 마지막 노래 '모십니다'로 연결됐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수많은 세월을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어떤 인연으로 우린 만나게 됐는지/ 그 누가 알 수가 있으랴만은/ 어쨌든 우리 여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어지러운 사바세계 여기 이곳에/ 부대끼고 상처주고 상처를 받고/ 너와 내가 그렇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오늘만은 우리 함께 만나렵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울고불고 세상에 나와 눈을 떠보니/ 당췌 알 수 없는 모습들 뿐이네/ 기왕 간 거 한평생 나는 무엇할란가 여기/ 그대들 앞에서 노래하며 모시렵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얼싸절싸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김반장은 노래 말미 리듬이 계속 흐르는 가운데 무대를 내려와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광장을 누비며 다음과 같이 전한 뒤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각자 앉은 자리에서 역할을 잘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어요. 저는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아이가 없지만, 우리 조카가 제 나이가 됐을 때는 정말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동감하시죠? 함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