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빅3'였을까…면세점, 축배 혹은 독배

'뇌물 의혹' 특검·국회·감사 3중 압박…과포화 속 무한 생존경쟁

유통 강호들간의 면세점 3차전 승자가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로 결정됐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빼앗겼던 월드타워점 영업권을 되찾아 부활에 성공했고 현대백화점은 1차전의 실패를 딛고 재수 끝에 막차에 올라탔다.

신세계는 2차전 명동점 특허를 따낸 데 이어 2연승을 거두며 강남으로 영토를 확장하게 됐다.

그러나 마냥 축배만을 들 수는 없는 입장이다. 심사 이전에는 최대 걸림돌이었고 심사 이후에는 최대 불안 요소인 ‘최순실 망령’ 때문이다.

◇ 심사를 가로막은 ‘최순실’ 암초

이번 3차 면세점 입찰은 무산될 뻔했다.

참여 대기업 대부분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 특히 롯데와 SK는 박근혜 대통령 독대나 추가 출연이 관세청의 추가 입찰 결정과 연결되면서 뇌물죄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적시됐다.

이에 야당은 집단성명을 통해 심사 중단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발표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관세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다.

검찰은 관세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특검도 뇌물죄 의혹을 정조준했다. 국회도 감사원 감사요구안 의결로 관세청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심사와 발표를 강행했다. 심사를 중단할 경우 박 대통령과 관세청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결과에 드러난 ‘최순실’ 요인

그러나 최순실 요소를 무시할 수 없었고 이는 선정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초 3차 입찰은 지난해 11월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 구제용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뇌물죄 의혹이 불거지면서 두 업체 모두에게 특허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업 역량이 훨씬 뛰어난 업계 1위 롯데가 선택됐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재단에 돈을 내지 않는 등 최순실과 무관한데다 유일하게 면세점이 없었다.

HDC신라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의혹에다 면세점 예정지도 현대백화점과 같은 코엑스 권역이었다. 남은 티켓 1장은 신세계에 돌아갔다.

최순실 잣대로 복기해보면 간단한 방정식이다.

◇ 다가오는 ‘최순실’ 후폭풍

면세점 3차전은 사실상의 최종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은 지난해 1, 2차 입찰을 통해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났고 이번에 4곳이 추가돼 13곳이 됐다.

포화를 넘어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출혈경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 유치 경쟁으로 송객수수료율은 더욱 뛰고 명품 브랜드의 몸값은 더 비싸질 것이 뻔하다.

여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유커는 갈수록 줄어들고 특허수수료율은 20배까지 오른다.

1, 2차전의 승자들인 5개 신규면세점은 올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3차전 대기업 승자들은 모두 강남에 위치해 기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포함해 모두 4개 점포가 강남혈투를 벌이게 된다.

그리고 최순실 후폭풍이 기다린다. 이미 특검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을 출국금지하며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오는 21일 관세청장을 불러 심사 강행 경위를 추궁할 예정이다. 감사원 감사도 있다.

만약 롯데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뇌물죄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세청은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 영업을 하다가 다시 문을 닫아야 하는 대혼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업체들에게 동의 각서를 받았고 취소시에도 추가 선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승자들의 앞날이 장밋빛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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