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무산' 그러나 최민정은 웃었다 "져야지 이기는 법도 알죠"

'이게 얼마 만이냐'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이 17일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1000m 결승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따낸 뒤 "오랜만에 은메달을 땄다"는 취재진의 말에 웃으며 답하는 모습.(강릉=노컷뉴스)
월드컵 우승 행진이 멈췄다. 그것도 가장 확실한 자신의 주종목에서 나온 불의의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앳된 여고생은 웃었다. 아쉬운 표정보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18 · 서현고)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2위에 머물렀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 0.093초 차이로 금메달을 내줬다.

올 시즌 월드컵 1000m에서 나온 첫 은메달이다. 앞서 두 번의 월드컵 1000m에서 최민정은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에게는 '1000m=금메달'이라는 공식이 붙을 만큼 주종목이었다.

무엇보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내줘 최강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2014-2015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최민정은 지난 시즌까지 2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거둔 여왕이었다.


특히 1000m는 최민정의 주종목이다. 최장거리 1500m는 절친한 대표팀 언니 심석희(19 · 한체대)의 판이라면 1000m는 최민정의 몫이었다. 올 시즌에는 두 번이나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 랭킹 1위로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4차 대회에서 금빛 행진이 멈췄다. 4회 연속 월드컵 2관왕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 최민정은 18일 5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노리지만 500m 단거리는 주종목이 아니라 쉽지는 않다.

최민정은 그러나 웃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민정은 "오랜만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말에 "이번 시즌 들어와서는 처음으로 (1000m)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민정은 "이제 처음으로 져봤으니까 다음에는 이길 수 있게 보완할 것"이라면서 "져야지 이기는 법도 아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고 웃었다. 최강자의 여유와 독기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홈에서 경기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최민정은 "빙질이나 경기장 온도나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면서 "관중이 굉장히 크게 응원해주셔서 힘도 많이 받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함성에 다른 선수들이 견제하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가 나가려고 하면 외국 선수가 소리를 듣고 움직이거나 막는데 우리도 외국에 가면 그렇게 대처한다"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은 안 쓰려고 한다"고 답했다.

18일 500m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올 시즌 이 종목에서 2개의 은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최강 크리스티가 불참하지만) 다른 선수도 나오고 내 주종목이 아니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500m는 2, 3차 월드컵 때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 보완해서 도전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아쉽게 은메달에 그치고도 웃은 최민정, 그래서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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