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박지수(청주 KB스타즈)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 양지희(아산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지난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 양지희는 선배다웠다. 박지수의 장점을 인정하고 인지한 가운데 베테랑답게 여유있게 맞섰다. 이제 막 프로 경력을 시작한 후배에게 아프면서도 소중한 레슨을 해줬다.
양지희는 지난 1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에 나선 박지수를 상대로 몇차례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재활을 마치고 팀 훈련을 이틀밖에 소화하지 못한 박지수에게는 팀의 공격 시스템이 낯설었다. 그래도 교체 투입 후 골밑에서 포스트업 공격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제대로 공격을 시도하지는 못했다. 드리블을 할 때마다 양지희가 뒤에서 손을 뻗어 공을 밖으로 쳐냈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처음에는 포스트업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몇번 당하다 보니까 못하게 된 것 같았다"며 선배의 노련한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양지희의 신장은 185cm, 박지수의 키는 193cm. 양지희는 박지수보다 작지만 박지수가 포스트업을 시도할 때에는 역으로 박지수의 높은 자세를 약점으로 보고 공략한 것이다.
양지희의 득점은 많지 않았다. 저득점 경기에서 양지희는 4점을 올렸다. 4점 모두 박지수를 상대로 기록했다. 2쿼터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박지수가 나타나자 양지희는 슛 페이크로 박지수를 속이고 한발을 더 뻗어 여유있게 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 때에는 박지수를 데리고 돌파하다 드롭스텝을 밟은 뒤 한박자 빠른 타이밍의 훅슛을 시도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양지희와 박지수는 올해 6월 국가대표팀 합숙 기간에 1대1을 많이 했다. 팀을 나눠 5대5 연습을 할 때도 두 선수가 매치업을 벌였다.
양지희는 "대표팀 시절에 1대1을 많이 했는데 그때 지수에게 블록을 많이 당했다"며 웃었다. 박지수의 높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대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여유가 있었고 기술은 화려했다.
박지수는 데뷔전에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우리은행은 13승1패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팀이고 매치업 상대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였다.
양지희는 박지수와의 프로 첫 맞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몸싸움을 대표팀 시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지희의 파워는 박지수가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했던 부분이다. 박지수는 "대표팀에서 1대1을 할 때마다 언니한테 힘에서 많이 밀렸다. 오히려 외국팀을 상대로 할 때가 더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웃었다.
박지수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몸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박지수의 의지는 양지희가 체감했을 정도로 경기력을 통해 나타났다.
양지희도 지지 않았다. "박지수가 키가 크고 팔 길이도 길기 때문에 공격리바운드를 가급적 안주려고 몸싸움을 많이 했다"며 "워낙 팔이 길기 때문에 수비리바운드는 박지수가 잘한 것 같다"며 웃었다. 박지수는 4득점에 10리바운드, 2블록슛, 1스틸을 올렸다.
신인 박지수는 잃을 것이 없다는 각오로 존경하는 선배 앞에 섰다. 양지희는 후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경험과 장점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맞섰다. 경기는 우리은행의 59-41 대승으로 끝났지만 승패를 떠나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빅맨과 미래를 이끌어 갈 빅맨의 대결은 볼만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여자프로농구의 흥행 매치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