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K스포츠재단 이사장 정동춘 씨가 재단 직원들에게 돌렸다는 문건이었다.
정동춘 씨는 최순실 씨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으로 있다가 그 인연으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5일 청문회에서 정 씨는 해당 문건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 측근으로, 이날 정 씨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박헌영 씨는 "정 씨가 문건을 나눠주며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비해 참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 K스포츠재단,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우군?
반면 새누리당 이만희·이완영·최교일 의원은 '친박'이라는 설명과 함께 청색으로 표시됐다.
그 친박 중 하나인 이만희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헌영 씨를 상대로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태블릿PC 관련 질의를 펼쳤다.
이만희 의원은 박 씨에게 "종편에서 문제가 됐던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박 씨는 "고영태 씨가 평소에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박 씨는 "고 씨가 자신의 구형 태블릿PC에 맞는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는데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고 씨에게 핀잔을 들어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태 씨는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최 씨가 세운 '더블루K' 이사를 지냈던 사람이다.
이 의원과 박 씨의 질의·답변은 "문제의 태블릿PC는 내 것이 아니"라는 최순실 씨 주장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의 청문회 질의·답변을 이미 이틀 전에 정확하게 예언한 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고영태 씨였다.
◇ 중앙일보 "고영태, 이틀전 이만희 질의 예고"
해당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4차 청문회 이틀 전인 지난 13일 고영태 씨와 통화한 내용을 전했다.
"지난 13일 통화 당시 고 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 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 씨가 아닌) 고 씨가 들고다니는 것을 봤다. 한 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고 씨의 주장이었다.
이틀 후인 15일 청문회에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 전 과장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 씨가 사전에 예고한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재연됐다.
이 의원의 질문에 박 전 과장은 "태블릿을 고영태 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이만희 의원이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 측 각본대로 질의를 벌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민주당 "보도 사실이면 경악 금할 수 없어"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헌정 유린에 따른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과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뻔뻔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청문회 증인의 3분의 1이 출석을 거부하고, 출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도 새누리당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극배우에 불과했단 말이냐"며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의 사퇴와 청와대 현장조사 거부도 일련의 모의의 결과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관석 대변인은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조직적 음모의 실체는 낱낱이 밝혀질 것이며 국민들은 더 이상 속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만희 의원은 "고영태 씨 주장은 허위"라며 사전 각본에 따른 질의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이만희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이 시간까지 박헌영 증인을 만나거나 전화통화조차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 이만희 "제보 내용 토대 질의, 고영태에 법적 대응"
이 의원은 15일 청문회에서 태블릿PC 관련 질의를 한 경위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만희 의원은 "청문회를 앞둔 지난 13일 더블루K 전 직원 A 씨와 고영태 씨의 펜싱 선배라는 B 씨 등이 '태블릿PC와 관련해 제보를 하겠다'고 해 이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A 씨 등은 "고영태 씨가 청문회에서 태블릿PC와 관련해 위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씨는 청문회에서 "태블릿PC를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 씨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걸 본적이 있다는 것이다.
A 씨 등은 또 "최순실 씨가 더블루K 사무실 짐을 정리하면서 '저 태블릿은 고 상무(고영태 씨) 것이니 고 상무 책상에 넣어두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만희 의원은 또 "'사무실에서 보았다는 태블릿PC가 종편이 입수한 것과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 A 씨 등은 '고 씨가 여직원과 박헌영 과장에게 전원케이블을 사오라고 했는데 둘 다 맞는 걸 사오지 못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제보를 토대로 15일 청문회에서 박헌영 씨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질의를 한 것"이라며 "고 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