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만난 두 경제수장…무슨 얘기 나눴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거시경제의 두 수장인 기획재정부 유일호 부총리와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년만에 만찬 회동을 가졌다. 협력과 견제의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갖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특수성으로 인해 두 기관장의 회동은 그 자체가 특별한 주목을 받는다.

이날 모임은 이번 주초 유 부총리의 전격 제의로 이뤄졌다. 날짜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직후로 잡았다. 특히 15일 새벽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두 수장의 회동시점으로는 시의성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의 공식 회동은 유 부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이날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함께 만찬 장에 들어선 뒤 5분여 동안 간단하게 모두발언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양 기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뉘앙스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유 부총리는 "우리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며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인용하며 기재부와 한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총재도 "실물 뿐 아니라 금융부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경제의 당면 과제 중 어느 하나 엄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정부와 한은이 역점을 뒤야 할 것이 금융시장, 외환시장 안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을 안정시킬 역량을 충분히 축적했다고 생각하고, 필요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두 기관의 협력에 있어 유 부총리가 경기부양에 좀 더기울어 있었다면 이 총재는 금융안정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모두 발언이 끝난 뒤 주요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약 1시간 40분 동안 비공개로 회동이 진행됐다.

배석한 간부들은 업무의 카운터파트로 평소 잘 아는 사이들이다. 그래서인지 음식물 반입을 위해 문이 열릴 때면 간간히 웃음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주로 최근의 소비감소와 고용부진 등 경제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직후임에도 불구 금융시장 관련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금리인상 이후 우리 금융시장이 평소와 크게 다름 없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가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언급한 만큼 금리인하 이야기가 오갈지도 관심을 모았지만 이와 관련된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회동 직후 유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기재부와 한은의)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폴리시믹스가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자칫 정부의 재정확대에 부응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 총재는 유 부총리의 말이 끝나자 곧 바로 "'금리'의 '금'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 부총리가 이번 회동을 제의한 표면적인 배경은 미국의 금리인상, 대통령 탄핵 등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지난달 개각 발표로 사실상 퇴임 상태였던 유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유임되면서 다시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유 부총리를 재신임했다.

이날 만찬회동에는 기재부에서 이찬우 차관보,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 이호승 경제정책국장, 황건일 국제금융정책국장이, 한은에서 김민호 부총재보, 윤면식 부총재보, 장민 조사국장, 서봉국 국제국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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