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국민소득 4만불 약속, "기억이나 할까?"

[기획: 474를 탄핵하라③] 아무 안 믿은 국민소득 4만불, 옷타령 가방타령에 묻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4%25 잠재성장률과 고용률 70%25 달성, 국민소득 4만불 지향’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 이른바 ‘474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공약 발표 이후 꼭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현장의 상황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474공약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4차례에 걸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우리 집은 애가 셋이라 뭐가 1천원만 올라도 사실 3천원이 오르는거나 마찬가지에요.” 아들 셋을 둔 주부 이현정(40) 씨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며칠 전 병원에 자녀들을 데리고 독감예방주사를 맞히러 갔을 때도 10만원 넘게 돈이 나갔다. 바이러스 4종을 모두 예방한다는 ‘4가’ 독감예방주사가 3만5천원이나 했기 때문. 아들 셋을 모두 접종하니 10만5천원이 나왔다.

“1만5천원 정도하는 3가 예방주사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엄마가 4가 짜리가 있다는데 3가를 맞히겠어요. 무리는 되더라도 대부분은 4가 접종을 하게 되죠.” 독감예방접종 비용이 해마다 오르는데다, 4가 주사가 나오면서 비용은 곱절로 뛰었다. 그만큼 허리는 휜다.

그뿐인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 제과점의 식빵도 그렇다. 불과 3년 전에 2400원하던 것이 어느날 ‘프리미엄’이란 이름이 붙더니 가격이 자꾸 올랐다. 지금은 4200원이나 한다. 아무리봐도 식빵은 별로 변한게 없는데 말이다.

이 씨는 최근 막내아들이 유치원에서 김장체험 행사를 했을 때도 치솟은 물가를 체감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작년 예산을 그대로 적용해서 김장재료를 준비했더니 아이들이 절반쯤 김치를 담그자 재료가 동이 났다. 유치원에서 급히 재료를 사와야만 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외식은 언감생심이다. “요즘은 한끼에 5~6천원하는 곳도 드물잖아요. 아이들 데리고 나가면 돈이 엄청 깨지니까 어느순간 외식은 잘 안 나가게 돼요.” 한 번씩 큰 맘 먹고 샀던 아이들 전집류도 이젠 못 사주고, 학원마저 끊었다.

◇ 방 하나더 늘리려 서울→수원 이사, 그래도 부담되는 집값

가장 큰 부담은 무엇보다 ‘집’이다. 서울에서 할머니와 함께 방 3개짜리 빌라에 살던 이 씨네 가족은 세 아들이 크면서 서너달 전에 방 4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집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원으로 이사해야했다.

결혼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마련한 새집이었지만 대출을 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대출금 상환 부담이 큰데,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소식은 더욱 불안하게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씀씀이를 줄일만한 것도 없는데 큰일이다.

이 씨의 남편은 대기업의 과장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보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자녀 셋에 외벌이로는 빠듯한 살림이다. 사실 몇 년새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연차가 높아지면 수입도 늘지만 그만큼 나가는 돈도 많은 것 같아요. 늘어나는 경조사비에 부하직원들 밥도 사야하고 그런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지금 이 씨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아이들도 이제는 어느정도 컸고, 빠듯한 살림에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르기만 하는 생활물가, 치솟는 집값, 그러나 정체된 소득...사실 이 씨 가족의 이야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생활 경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국민소득 4만불? "처음부터 안 믿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월 공언한 대로라면 지금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불을 넘어야 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2017년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어 4만불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른바 474 공약을 내놓은 첫 해인 2014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8071달러를 기록했다가 이듬해인 2015년에는 2만7340만달러로 국민소득이 오히려 더 곤두박질쳤다. 올해도 3만달러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에서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가구당 실질 월평균 소득은 작년 3분기 이후 5분기째 전년동기 대비로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일인당 국민소득 4만불 공약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마침 이 씨 옆에 있던 친정 어머니 박경옥(66)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명박 때도 그랬고, 그걸 누가 믿겠어요.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 수입 늘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줬어야지...그렇게 국민들 1인당 소득을 올려주려고 노력했다면 서면보고나 받고 저렇게 옷타령, 가방타령 하고 그럴 시간이나 있었겠어요? 얼마나 바빴겠어요. 그렇게 노력이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저렇게 되지도 않았겠죠.”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474 공약,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아버지 박 대통령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대한 오마주였으나 그저 허황된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아버지의 흉내만 냈지 알맹이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474 공약이 진정성이 있었다면, 그나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라도 써봤다면 그는 적어도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474공약을 탄핵했고, 자신 또한 탄핵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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