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2번째이자 주말집회로는 8번째인 이번 집회는 시간과 방식은 간결해지고,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도 '퇴출 대상'에 포함해 압박을 가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또 보수단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대규모 맞불집회를 예고해 이들과 집회 참가자들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졌다.
◇ 국정농단 공범 책임물어야…"황 총리도 사퇴하라"
16일 경찰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진보진영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퇴도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주최 측은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라면서 "황 총리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집회에 앞서 오후 4시에는 '퇴진 콘서트 물러나쇼(show)'를 열고, 이 후 행진이 이뤄진다.
7차 주말집회와 마찬가지로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를 통해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하는 동시에 헌재 방면과 삼청동 총리공관 100m 앞까지로도 행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주최 측은 "날이 추워졌고, 시민들이 피곤하지 않도록 저녁 7시 30분쯤 행진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주 해왔던 것처럼 퇴진행동이 신고한 청와대 주변 11개 지점 집회는 금지 통고하고, 행진 11개 구간은 율곡로까지만 조건부로 허용했다.
퇴진행동 역시 이번에도 경찰의 통고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이밖에 인천 구월동 로데오입구, 부산 서면 일대,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세종 도담동 싱싱장터 광장, 경기 수원역광장 등지에서도 촛불집회가 일제히 열린다.
◇ 평화기조 이어질까…'박사모' 돌출행동 우려
촛불집회 행진 경로는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해온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과 어버이연합 등 단체들 행진 경로와 구간이 일부 겹쳐 충돌이 우려된다.
진보·보수단체 모두 '비폭력' 집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언제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모 측은 종로 수운회관에서 헌재 인근인 안국역 사거리를 거쳐 동십자각로터리,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까지에 이르는 경로를 경찰에 신고했다. 안국역 부근에서 촛불 시위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소공원에도 엄마부대 등이 집회를 신고해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경찰은 박사모 행진 경로에서 동십자각로터리까지만 허용했으나 박사모가 신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여 오후 4시까지 조건부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행진이 허용됐다.
집회 주최 측과 시민들은 보수단체와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진걸 비상행동 공동대변인은 "시내 곳곳에 충돌을 일으키고 시비 거는 집회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절대 충돌하고 싶지 않고 충돌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 모(21) 씨는 "보수단체 측에 선동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집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사모 측도 공지사항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무저항·비폭력을 지켜야 한다"며 충돌 우려를 의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