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1억, 신월동 기부천사 올해도 다녀갔을까"

올해는 이미 4월 에콰도르 지진돕기에 1억 투척

- 경기 안 좋지만 여유 있어 기부하는 건 아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상락(신월동 기부천사)

오늘도 참 춥습니다만 이번 겨울 내내 유난히 추울 거라고 하죠. 그런데 날씨만 추운 게 아닙니다. 기부한파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데요. 갑자기 이분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딱 이맘때쯤 저희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처음 얼굴을 공개한 분. 2011년부터 매년 구세군 자선냄비에다 1억씩을 익명으로 기부했던 분 신월동 기부천사. 여러분 기억하시죠? 이상락 씨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겠습니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상락>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벌써 1년 됐네요, 우리가 만난 지.

◆ 이상락> 그렇게 됐나요.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이상락> 사는 건 다. 평상시와 똑같아요. 별다른 건 없어요.

◇ 김현정> 상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 이상락> 상도 감사패 이런 거 저런 거 받았죠. 국무총리상도 받았고

◇ 김현정> 그래요. 이게 사실 그때 얼굴 공개 안 한다, 안 한다 하시는 걸 저희가 설득해서 했어요. 그런데 그게 귀감이 돼 많은 분들에게 자극이 돼서 나도 저 사람처럼 살아 봐야겠다 하는 분들이 저희한테도 많은 문자가 들어오곤 했었는데.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경기가 안 좋다면서요?

◆ 이상락> 올해 특별히 더 경기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거, 국정농단 이런 사태 때문에 영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타일 대리점 하시잖아요. 타일 대리점도 영향이 있습니까?

◆ 이상락> 그럼요. 타일 대리점도 똑같죠. 부동산계가 활성화돼야 더 많이 수리하고 그러는데, 영향이 많죠.

◇ 김현정> 경기도 그렇고 시국까지 뒤숭숭하다 보니 실제로 기부하는 사람들, 올겨울에 그렇게 줄어들었답니다. 기부한파란 말이 나오고 있대요. 알고 계세요?

◆ 이상락> 매스컴에서 나오는 걸 보면 사랑의 온도탑인가? 그게 조금 많이 싸늘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전 같지 않다, 이런 얘기들 많이 들으셨죠.

◆ 이상락> 네.

◇ 김현정> 그런데 이상락 선생님은 어떻게? 올해도 기부를 이어나갈 생각이세요?

◆ 이상락> 저도 주위에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라든가 적십자사, 봉사단체들 등등 많이 있어요. 그런 데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할 예정이에요.

◇ 김현정> 나눠서? 사실은 올 4월에 구세군에다 이미 1억 원을 기부하셨어요. 그렇죠?

◆ 이상락> 그때는 지진 피해 때문에.

◇ 김현정> 에콰도르 지진 피해자들 도와달라고 그러셨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또 주변에 눈에 띄는 단체와 이웃들에게 기부를 조금씩 하실 생각이세요?

◆ 이상락> 네. 주위에 보면 봉사단체에서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고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조금씩 해 줘야 그분들도 일하시는 데 힘이 날 것이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타일장사가 잘 안 되신다면서요, 올해?

◆ 이상락> 그래도 먹고 살 만큼 벌고 하니까, 할 정도는 되니까 하는 거죠. 꼭 기부라는 게 꼭 돈이 많고 그렇게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보다는 마음가짐이에요.

◇ 김현정> 마음가짐?

◆ 이상락> 내가 먼저 써야 되겠다 생각하면 여유가 없지만 쓸 데를 좀 줄이는 거죠. 예를 들어서 어디 가고 싶은데 많이 안 다니고 먹고 싶은 거 많이 안 먹고 이런 식으로 줄여나가는 거죠.


◇ 김현정> 얘기 들으시는 분들이 그래도 이분은 살 만하니까 기부하는 거 아니야? 잘 사는 부자 아니야? 이러실지 모르지만, 혹은 이분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아니야? 이러실지 모르지만 아닙니다. 막노동에 인쇄소에 석재 조각장도 하셨고 중동에 가서 건설 일도 하시고, 안 해 본 일 없으시죠?

◆ 이상락> 그렇죠. 젊었을 때는 안 해 본 게 없어요.

◇ 김현정> 고향이 보령이시잖아요.

◆ 이상락> 네.

◇ 김현정> 보령에서 서울로 상경하신 게 언제예요?

◆ 이상락> 제가 17살 때니까. 정확하게 연도도 기억 안나는데 그 때 올라왔어요.

◇ 김현정> 17살 때. 혼자 올라와서 어디 먹고 잘 데도 없으니까 공장에 취직하신 거 아니에요? 인쇄지 가공하는 공장.

◆ 이상락> 네, 인쇄소 가공공장에서 일했죠.

◇ 김현정> 그러고 나서 부모님들이 올라오셔서, 어머님들이 올라오셔서 단칸방에 가족들 모여살고 그렇게 해 꾸린 삶 아닙니까? 세상에. 아니, 이상락 선생님. 그렇게 남에게 베풀면 그때 기분은 어떻습니까?

◆ 이상락> 아무래도 흐뭇하죠. 같이 나누고 한다는 건 제 행복감이에요. 행복해요. 좋습니다.

◇ 김현정> 행복감. 행복해요? 제일 기억에 남는 분 그러니까 기부를 했던 많은 분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어떤 분이 있으세요?

◆ 이상락> 청계산에 사시는 할머니가 있는데 청계산에 자기가 조그마한 텃밭이 있다고 상추도 첫 수확이라고 갖다주고 고추도 갖다주고 그러는 할머니도 있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게 기쁨이네요?

◆ 이상락> 보람을 느끼죠.

◇ 김현정> 그게 보람이고 그게 서로 주고 받는 기쁨이고. 기부천사 신월동 기부천사 이상락 씨 만나고 있습니다. 기부한파랍니다. 지금 먹고사는 게 힘들다 보니까 남 돌볼 여유가 없으시대요. 이런 분들께 한 말씀 끝으로 해 주신다면?

◆ 이상락> 쓰고 싶을 때 조금 씀씀이 줄여서 기부를 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봐요. 십시일반이라고 해서 많은 것보다도 정성이 모아지면 큰돈이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많이 참여해 주시면 참여하는 데 의미가 있고 그러다 보면 자꾸 참여하는 횟수도 많아질 거고 또 여유가 있을 때는 많이 내실 수도 있을 거고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그 말씀 저도 새겨야겠습니다. 내가 꼭 가져서가 아니라 내가 없어도 없는 것 속에서 나누는 기쁨 저도 누려보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이상락> 감사합니다.

◇ 김현정> 신월동 기부천사 이상락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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