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특검‧검찰…궁합과 텔레파시의 함수

헌재 탄핵 후 특검, 朴기소 가능…기각결정 땐 ‘답안지’ 주는 악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도서관에서 바라본 청와대가 적막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이한형기자
헌법재판소와 특별검사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궁합지수’는 탄핵심판의 속도와 특별수사의 결말의 변수다.

헌재가 탄핵결정을 특검 수사 기간 안에 내린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소까지 가능하지만, 탄핵심판의 결론이 반대라면 특검은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미묘한 관계 속 먼저 손을 내민 건 헌재였다.

헌재는 15일 특검에 특별수사본부로부터 받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특수본이 있던 서울중앙지검에도 같은 요구를 했다.

검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특검과 헌재는 비슷한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 뇌물죄 입증이라는 결승선에 어느 한 쪽이 먼저 도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와 특검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채점’할 법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법원도 심리과정에서 두 곳의 진행과정을 곁눈질해야할 입장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기로 한 헌재가 준비절차를 담당한 재판부 직권으로 기록 송부를 요구한 건 헌법재판소법이 수사·재판 중일 때는 요구 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전, 검찰이 1심 재판에 증거자료를 제출하기 전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을 묘수로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여론이 이런데 안 보낼 수 있겠냐. 법에 의해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아닌 시점에 확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수사기록을 받겠다”며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법 위반 논란을 피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일찌감치 수사기록을 넘겨받겠다는 셈이 깔려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일단 수사 기록을 넘기는데 다소 부정적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헌재 요청 전부터 “수사 중인데 헌재에 자료를 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수사를 하는 특검 입장에선 수사 기록이 헌재로 넘어가 탄핵심판 변론 과정 등에서 대통령 측에 공개되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답안지를 주고 수사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길게는 120일이 주어질 특검 수사 기간 안에 헌재가 박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헌법상 대통령의 특권을 잃게 될 박 대통령에 대해 기소까지 가능하다.

소추를 전제로 한 신병확보 등 강제수사의 장애물도 제거된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박 특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탄핵 결정이 일찍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의문이 아닌, 그 시점을 두고 특검이 먼저 결승선에 도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수사를 매듭지은 검찰 입장에서 헌재에 수사 기록을 넘길 가능성은 닫아둘 수만은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법원의 1심 판결, 특검의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헌재를 통해서도 성과를 우회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을 재단 강제 모금 등의 공범으로 판단해 피의자로 입건했던 검찰응 헌재가 검찰 기록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해 탄핵 사유를 판단한다면 나쁠 게 없어 보인다.

탄핵심판과 특검, 1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타임라인에서 헌재, 특검, 검찰, 법원 사이 어떤 '텔레파시'가 통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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