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47-15' 오리온을 충격에 빠트린 KCC

KCC 이현민(사진 가운데)이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오리온 선수들 사이로 돌파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고양 오리온에게는 굴욕의 하루였다. 전주 KCC가 오리온에게 역대 프로농구 전반전 최소득점 타이기록의 불명예를 안겼다.

KCC는 15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오리온과의 홈경기에서 전반전을 47-15로 마쳤다.

추승균 KCC 감독은 경기 전 "오리온은 국내선수들이 더 무섭다"고 했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에도 탄탄한 국내선수들을 앞세워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제스퍼 존슨이 합류한 첫날 오리온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2쿼터까지 32점차가 났다. 전반전 15점은 역대 프로농구 전반전 최소득점 타이기록이다. 서울 SK가 두차례 기록했고 이 대열에 오리온도 합류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KCC는 어떻게 오리온을 압도한 것일까.

오리온은 주전 명단에 외국인선수를 넣지 않았다. 허일영과 최진수, 이승현, 전정규, 정재홍으로 베스트5를 구성했다. KBL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평소 주전으로 나오는 선수를 베스트5에서 빼고 1쿼터 중반부터 투입해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일승 감독은 "제스퍼 존슨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부산 kt를 떠난 이후 농구를 잠시 놓은 것 같다. 오늘 출전시간은 15~20분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KCC는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주태수가 초반 6득점을 몰아쳤고 김지후는 외곽을 책임졌다. 송교창은 거침없이 속공에 참여해 득점과 어시스트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리온은 1쿼터 중반부터 오데리언 바셋, 김동욱, 제스퍼 존슨 등을 차례로 투입했으나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1쿼터는 KCC가 21-8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2쿼터 들어 오히려 KCC의 공세가 강화됐다. 신명호가 바셋의 득점을 꽁꽁 묶었다. 팀 공격이 원활하지 않을 때 개인 능력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는 바셋의 침묵은 오리온에게 뼈아팠다.

오리온 선수들은 넋이 나간듯 보였다. KCC는 2쿼터 첫 5분여동안 오리온의 득점을 2점으로 묶고 연속 18점을 몰아넣어 스코어를 39-10으로 벌렸다. 2쿼터 한때 점수차가 33점까지 벌어졌다.

오리온은 실책이 많았다. 2쿼터까지 실책 10개를 범했다. KCC는 돌격대장 이현민을 중심으로 오리온이 실수를 할 때마다 주저없이 속공을 시도했다. 전반전 팀 속공수는 KCC가 9개, 오리온은 0개였다.

추승균 감독은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이 아직 경험이 없어 급한 편이다. 공격을 빠르게 하는 것과 급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KCC는 이날 빨랐지만 급해보이지는 않았다.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상대 수비가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무너뜨렸다. 오리온 선수들의 트랜지션 수비는 매우 좋지 않았다.

또 KCC는 리오 라이온스와 주태수, 송교창 등이 필사적으로 페인트존을 사수했다. 바셋의 돌파가 막힌 가운데 이승현, 최진수 등이 골밑 득점을 노려봤지만 KCC의 단단한 수비에 막혀 여의치 않았다.

반면, KCC는 오리온이 실책을 범할 때마다 속공을 몰아쳤고 이현민의 패스와 라이온스의 공격을 중심으로 세트오펜스에서도 골밑을 적극 공략했다. KCC는 전반까지 페인트존 점수에서 30-6으로 크게 앞섰다.

추일승 감독은 화가 났는지 2쿼터 중반 외국인선수 2명을 아예 빼버리고 조효현, 김강선 등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를 투입했다.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을 내보내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 같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KCC는 교체하는 선수마다 제 몫을 했다. 최승욱의 허슬플레이도 돋보였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전반에만 6개의 리바운드(공격리바운드 2개)를 잡아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쿼터 종료 2분35초 전에 나온 장면이 이날 경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허일영이 페인트존에서 패스를 받았지만 패스가 부정확했다. 순식간에 KCC 선수들이 허일영을 포위했다. 이현민이 공을 가로챘다. 속공이 시작됐다. 오리온 선수들의 백코트 속도는 늦었다.

이현민은 최승욱에게 패스했고 최승욱은 에릭 와이즈에게 더 좋은 기회를 양보했다. 와이즈는 뒤에서 달려오는 리오 라이온스의 노마크 기회를 봤다. 4명의 손을 거친 KCC의 속공을 라이온스가 마무리했다. KCC 벤치와 홈 팬들은 열광했고 오리온 벤치에는 싸늘한 침묵만이 가득 했다.

KCC는 오리온을 97-59로 완파했다. 올시즌 리그 최다점수차 승리 기록인 40점차에 근접한 대승이었다. 오리온은 총 20개의 실책을 범했고 어시스트는 12개 뿐이었다. KCC에서는 이현민 혼자 14개의 어시스트를 했다. 라이온스는 24점을, 김지후는 23점을 올렸다. 제스퍼 존슨은 2득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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