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의결 뒤 '존재감 없는' 일주일

탄핵 변호인단 공개조차 못해…12년 전 노 대통령과 대조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국회의 탄핵 의결로 권한행사를 정지당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까지 쥐죽은 듯 고요한 일주일을 보냈다. 독서와 등산 등 소일거리를 공개하고 활발히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에 나섰던 12년 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대조된다. 처한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탄핵 의결 당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응하겠다" 등의 언급 이후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통령 일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월요일 "주로 관저에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출입기자단에 전한 게 전부다.

이 기간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온갖 의혹이 쏟아졌지만 단 한마디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약물을 스스로 주사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 상태다. 김상만 전 자문의는 여야 의원들 질의에 "대통령 손에 주사기를 쥐어줬고, 주사를 어떻게 맞아야 되는지 설명드렸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안팎에는 박 대통령이 일주일간 탄핵심판을 준비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 내용이 공개되지 못했고, 변호인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상자들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 연인원 750만의 '촛불민심'에 대항하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다.


변호인단 가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 법조인 출신 측근들은 "참여 의사가 없다"거나 "변호사 개업 신고가 안돼 있다"는 등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합류 가능성이 제기된 헌법재판관 출신 한 인사도 "도와달라는 대통령 부탁도 없었지만, 있었어도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적극적 대응보다는 '물밑 행보'만 계속하는 박 대통령 상황은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크게 대조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노 전 대통령은 국회 의결부터 의결서 송달까지 4시간여 동안 "힘이 들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로템 근로자 오찬),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정책과 국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학습하겠다"(국무위원 간담회)면서 재기 의지를 다졌다.

다음날부터는 소설 '칼의 노래' 등의 독서, 영부인과의 청와대 뒷산 등반 등 일상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개했다. 청와대가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 상황도 권한정지 3일 뒤부터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전 의원 등 10명이 일찌감치 변호인단을 꾸렸다.

"두 대통령의 '신분' 자체가 다르고, 민심도 정반대라는 데서 생기는 자신감의 차이"(여권 관계자)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동시에 최순실게이트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형사 피의자다. 노 전 대통령은 피청구인일 뿐이었다. 여론도 12년전엔 7할이 '탄핵 반대'였지만, 이번에는 7할이 '탄핵 찬성'으로 다르다.

박 대통령은 16일 중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탄핵심판 대응을 본격화한다. 변호인단도 이 과정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청와대 현장조사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군사비밀 보호'를 앞세운 청와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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