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9일 탄핵 의결 당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응하겠다" 등의 언급 이후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통령 일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월요일 "주로 관저에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출입기자단에 전한 게 전부다.
이 기간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온갖 의혹이 쏟아졌지만 단 한마디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약물을 스스로 주사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 상태다. 김상만 전 자문의는 여야 의원들 질의에 "대통령 손에 주사기를 쥐어줬고, 주사를 어떻게 맞아야 되는지 설명드렸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안팎에는 박 대통령이 일주일간 탄핵심판을 준비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 내용이 공개되지 못했고, 변호인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상자들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 연인원 750만의 '촛불민심'에 대항하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다.
변호인단 가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 법조인 출신 측근들은 "참여 의사가 없다"거나 "변호사 개업 신고가 안돼 있다"는 등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합류 가능성이 제기된 헌법재판관 출신 한 인사도 "도와달라는 대통령 부탁도 없었지만, 있었어도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적극적 대응보다는 '물밑 행보'만 계속하는 박 대통령 상황은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크게 대조된다.
다음날부터는 소설 '칼의 노래' 등의 독서, 영부인과의 청와대 뒷산 등반 등 일상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개했다. 청와대가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 상황도 권한정지 3일 뒤부터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전 의원 등 10명이 일찌감치 변호인단을 꾸렸다.
"두 대통령의 '신분' 자체가 다르고, 민심도 정반대라는 데서 생기는 자신감의 차이"(여권 관계자)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동시에 최순실게이트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형사 피의자다. 노 전 대통령은 피청구인일 뿐이었다. 여론도 12년전엔 7할이 '탄핵 반대'였지만, 이번에는 7할이 '탄핵 찬성'으로 다르다.
박 대통령은 16일 중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탄핵심판 대응을 본격화한다. 변호인단도 이 과정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청와대 현장조사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군사비밀 보호'를 앞세운 청와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