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국민에게 알려지고 난 후에도, 청와대가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대통령의 시크릿 편' 방송에 영향을 주기 위해 청와대 허원제 정무수석이 SBS 경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SBS 경영진이 거부해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그알'의 세월호 7시간 보도를 무마하거나 통제해보려는 시도를 한 것 아닌가 하고 강력한 의심을 갖는다. 허원제 씨는 SBS 출신이지만 정무수석으로, 경영진에 전화할 어떤 이유도 없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더니 방송 이후에는 아예 전화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며 "청와대는 게이트 이후에도 여전히 (방송을) 자기 입맛대로 끌고 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기자회견 이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전화를 건 시점은) 탄핵 전이지만 만천하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서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자기 직무 아닌 분야에서 정무수석이 SBS에 전화한 의도가 무엇일까"라며 "확인해 본 결과, 11월 19일 방송 직전에 전화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하더라. 밤늦게라도 만나자는 요구도 있었다. '방송을 이런 식으로 해 달라' 이런 말은 안 했지만, 방송 이후에는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윤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김성우 수석 당시 SBS에서 일어난 보도통제 정황을 밝혔다. 그는 "MBC, KBS의 경우 낙하산(사장)을 투입했는데 SBS는 보도통제가 없었나.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똑같다"며 "김성우 수석이 홍보수석이 된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매일 아침 회의를 했다고 한다. 전날 보도를 스캔하고 비판·옹호·긍정보도로 분류했다고 한다. 그런데 SBS의 비판보도를 제일 위에 올렸다고 한다. 김성우 수석 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본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핵심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창조경제센터 관련 보도를 빠짐없이 리포트한 점 △위안부 합의·개성공단 폐쇄·사드 배치 등에서 이해할 수 없는 권력편향적 보도를 한 점 등을 예로 들어, "김성우 홍보수석 체제 이후 상당히 많은 내부 구성원들이 청와대가 보도개입을 해 왔다는 것에 합리적 의심을 품고 있었다. 공공연한 비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성우 수석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당사자들의 증언을 들었다고도 밝혔다.
◇ 언론노조, '언론부역자' 1차 명단 10명 공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언론이 비록 그 단초를 열기는 했지만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국민들보다 정치 권력의 눈치를 봤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발표하는 명단은 10명으로, 궁극적으로 언론자유의 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언론자유의 적,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언론 부역자들이 10명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 1차 발표고, 앞으로 2차~3차 계속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론부역자로 선정한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에 의해서 그런 일들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 존재하는 이들이다. 참고한 근거자료들 역시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 2012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청와대가 언론 장악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7월 21일 언론장악 방지법 발의됐다. 이번 기회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입법하지 않으면 언론은 계속 이렇게 굴욕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