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입성한 차우찬, 제2의 장원준 될까?

좌완 투수, 성적 등 닮은 점 많은 두 선수

2017시즌 잠실 라이벌로 격돌할 차우찬(왼쪽)과 장원준 (사진=LG, 두산 제공)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가운데 한 명인 차우찬이 소속팀을 결정했다. 구단과 금액 모두 당초 알려진 그대로였다.

LG 트윈스는 14일 차우찬과 4년 총액 95억원(계약금 55억원·연봉 1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한 차우찬은 국내 잔류와 해외 진출을 두고 저울질했다.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사무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차우찬의 신분조회를 요청하며 이적을 타진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선택은 국내 잔류였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내년 3월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의지가 강한 차우찬이 미국 무대로 진출하면 대표팀 차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해 해외 진출을 접었다. 일본측 구단은 제시액이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찬은 WBC 차출에 큰 걸림돌이 없는 국내에 잔류하면서 실리를 챙겼다. 96억원은 역대 FA 투수 최고액이다. 포지션을 전체로 넒혀봐도 최형우(KIA·4년 100억원), 박석민(NC·4년 96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와 재계약을 마친 LG 역시 차우찬의 가세로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허프-소사-류제국-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은 두산 베어스의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에 버금갈만큼 무게감이 생겼다는 평가다.

◇ 장원준과 닮은꼴 차우찬, 이후 행보도 같을까?

장원준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차우찬(왼쪽). 과연 'FA 모범생'이 될 수 있을까? (사진=삼성, 두산 제공)
잠실벌에 입성한 차우찬은 2년 전 4년 84억원에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과 꽤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두 선수 모두 좌완 투수인 데다 지방을 연고로 하는 구단을 떠나 수도권 팀으로 이적을 단행했다.

장원준과 차우찬을 떠나보낸 친정팀들의 모습도 비슷했다. 삼성은 우규민을 영입할 당시 "차우찬에 4년 100억원 이상의 제안을 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장원준의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는 2014년 장원준과 협상이 결렬되고 4년 88억원을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모두 친정팀이 공개한 액수보다 적은 규모로 계약을 맺었다. 결국은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잠실구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 역시 닮은 부분이다. 장원준은 이적 첫해인 2015시즌 잠실에서 8승7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올해도 7승4패 평균자책점 3.87로 호투했다. 차우찬은 올해 잠실에서 3경기에 나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82로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23을 올렸다.

넓은 면적 탓에 타자보다 투수에게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장원준과 차우찬이 잠실구장에 남긴 임팩트는 강렬했다.

FA 자격 획득을 앞둔 최근 2시즌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원준은 경찰야구단에 입단하기 전인 2011년과 제대 후 2014년 성적을 합치면 25승 15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차우찬은 25승 13패 평균자책점 4.76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에서 장원준 더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승률에서는 차우찬이 앞섰다.

소화 이닝도 다르지 않았다. 장원준은 이 기간 335⅔이닝을 소화했다. 차우찬은 325⅓이닝을 던졌다.

이제 남은 것은 향후 기록이다. 장원준은 이적 첫해 30경기에 등판해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으로 연착륙했다. 올해는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로 호투해 FA 모범생으로 꼽히고 있다.

차우찬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꾸준히 선발 마운드를 지켰던 장원준과 달리 차우찬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오간 투수다. 지난해와 올해 적잖은 이닝을 소화하긴 했지만 내구성 면에서는 아직 의문부호가 깨끗이 지워지지 않았다.

장원준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차우찬. 과연 2017시즌 '먹튀'가 아닌 '모범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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