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정국 이후 정치권이 지나친 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며 정치 지도자들이 대결국면을 부추기기 보다는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한 뒤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지사는 대중의 욕구를 '작두'로, 정치인들을 작두를 타는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정치는 어떤 작두를 탈 것인가 하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정치인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라며 정치인이 건강한 대중의 욕구를 비전과 정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 무작정 시민들의 분노한 민심에 편승하지 말고 정국 수습을 주도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쉽지 않은 정국 상황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안 지사는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광장에 나와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수'를 내봐야겠는데 여전히 야3당은 저러고 있고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를 붙들고 있다"며 "정당이 약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면 그 뒤가 좋아질 것이냐, 시민들에게 '여러분들 집에 가셔도 내가 다 책임진다' 그 말을 못하겠다. 직업 정당인으로서 저는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盧가문의 후예답게 野불모지 충청도로 왔어"
안희정 지사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하며 자신이 '노무현의 적자'라는 점도 은근히 드러냈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늘 정치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노무현 가문의 후예'답게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충청도로 갔다"며 "'나는 노무현 정신을 갖고 정치하는 사람들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더니 노 전 대통령이 '아, 징그러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안 지사는 다만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특별한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담조로 "(노 전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던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라면서도 "사실 노 전 대통령은 그 누구든 그와 친구로서 관계를 맺어 특별한 대우를 해줬다. 내가 노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힘든 때에 대해 안 지사는 "'노무현의 맛'을 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장뇌삼이 오리지날 산삼의 향을 못 이긴다더라"라며 "노 전 대통령이 가진 맛은 들풀의 냄새이자 생명력의 냄새다. 먹물쟁이의 가식이 없고 관념이 아닌 삶 속에서 옳고 그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관계와 비교하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들리는 말은 이 대표가 저의 태도를 계승했지만 매우 안 좋은 쪽으로 (계승을 했다고) 어떤 분이 농담을 하더라"고 전하며 "노 전 대통령하고 관계를 맺은 분들은 모두 친구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일체의 권위의식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에 대해서는 "이미 뛰어넘었고 촛불을 보니 더 많이 뛰어넘을 것 같다"며 "1990년 3당 야합 뒤에 26년이 지났는데, 이제 부산에서 문재인 전 대표도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을 서서히 극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