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분노의 작두타면 폭력의 시대 만든다"

"'盧가문' 후예답게 野불모지 충청도 간 것…'盧의 맛' 내고 싶은데 잘 안될 때 고통스러워"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사진=박종민 기자)
야권의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13일 "대중이 가진 분노의 작두를 타면 한 시대를 폭력과 전쟁의 시기로 만든다"며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배고픔과 절실한 정의에 대한 욕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정국 이후 정치권이 지나친 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며 정치 지도자들이 대결국면을 부추기기 보다는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한 뒤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지사는 대중의 욕구를 '작두'로, 정치인들을 작두를 타는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정치는 어떤 작두를 탈 것인가 하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정치인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라며 정치인이 건강한 대중의 욕구를 비전과 정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 무작정 시민들의 분노한 민심에 편승하지 말고 정국 수습을 주도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쉽지 않은 정국 상황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안 지사는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광장에 나와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수'를 내봐야겠는데 여전히 야3당은 저러고 있고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를 붙들고 있다"며 "정당이 약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면 그 뒤가 좋아질 것이냐, 시민들에게 '여러분들 집에 가셔도 내가 다 책임진다' 그 말을 못하겠다. 직업 정당인으로서 저는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盧가문의 후예답게 野불모지 충청도로 왔어"

안희정 지사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하며 자신이 '노무현의 적자'라는 점도 은근히 드러냈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늘 정치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노무현 가문의 후예'답게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충청도로 갔다"며 "'나는 노무현 정신을 갖고 정치하는 사람들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더니 노 전 대통령이 '아, 징그러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안 지사는 다만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특별한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담조로 "(노 전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던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라면서도 "사실 노 전 대통령은 그 누구든 그와 친구로서 관계를 맺어 특별한 대우를 해줬다. 내가 노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힘든 때에 대해 안 지사는 "'노무현의 맛'을 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장뇌삼이 오리지날 산삼의 향을 못 이긴다더라"라며 "노 전 대통령이 가진 맛은 들풀의 냄새이자 생명력의 냄새다. 먹물쟁이의 가식이 없고 관념이 아닌 삶 속에서 옳고 그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관계와 비교하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들리는 말은 이 대표가 저의 태도를 계승했지만 매우 안 좋은 쪽으로 (계승을 했다고) 어떤 분이 농담을 하더라"고 전하며 "노 전 대통령하고 관계를 맺은 분들은 모두 친구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일체의 권위의식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에 대해서는 "이미 뛰어넘었고 촛불을 보니 더 많이 뛰어넘을 것 같다"며 "1990년 3당 야합 뒤에 26년이 지났는데, 이제 부산에서 문재인 전 대표도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을 서서히 극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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