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촛불민심은 대통령에게 사퇴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했고, 국회로 하여금 끝내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게 하면서 '혁명'에 비견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폭력·평화시위'가 이어지면서 외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는 화려한 무대 뒤를 묵묵히 지킨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촛불집회는 무슨 돈으로 개최될까?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5차 집회가 끝나고 기부금 모금함을 열어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김현식 사무국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시민이 모금함에 정성스레 쓴 편지와 함께 보석이 달린 귀걸이와 목걸이 등을 넣어둔 것.
김 사무국장은 "이런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씩 모여 매주 수십만 수백만의 촛불이 준비된 것"이라며 "위대한 민심을 확인하며 매번 감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사용된 특설무대나 방송장비를 1회 설치하는 데 필요한 돈은 대략 2억 원 정도. 이 비용은 모두 이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퇴진행동은 현장모금이나 계좌이체 후원으로 들어온 기부금을 이용해 특설무대나 방송장비 등을 설치하고 있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이 일시에 촛불을 껐다 켜는 '소등 퍼포먼스'나 '촛불 파도타기' 등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던 건 무대에 선 사회자가 안내한 목소리가 방송장비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반듯하게 설치된 경찰 차벽에 청와대 방향 행진을 차단당한 상당수 시민의 상실감은 '꽃벽' 덕에 누그러졌다.
지난달 19일 4차 집회부터 등장한 색색의 꽃 모양 스티커는 이강훈 작가와 크라운드펀딩 예술단체 '세븐픽처스'가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의경들의 격무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집회 끝 무렵 스티커를 떼고 나서자 이들은 5차 집회부터 '쉽게 떼지는' 스티커를 만들기도 했다.
이강훈 작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꽃벽 퍼포먼스에 대해 "평화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저항"이라며 "금지의 언어들을 조금씩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얼굴을 맞댄 행진 선두의 경우 일부 감정이 격해진 이들에게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돌발행동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7차례 집회에서 하늘색 조끼를 입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인권침해감시단원들은 최전선에서 시민-경찰 혹은 참가자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도왔다.
'의경은 박근혜의 방패가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타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역시 평화적 행진을 이어가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0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큰 사고 없이 연이어 마무리될 수 있던 비결은 관련기관과 단체, 봉사자 간의 보이지 않는 손길 덕이었다.
서울시는 환기구나 지하철 출입구 등에 사람이 몰릴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매번 안전요원 500여 명을 동원해 대비하고 있다.
연인원 1천 명 이상의 소방공무원들도 현장의 숨은 공신들이었다. 이들은 구급차와 소방차 등을 타고 경복궁역 사거리(내자동 로터리)나 광화문광장 주변에 배치돼 있었다.
매 집회에서 2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화장실이나 지하철역 등을 안내했다.
4차·6차 집회에서 봉사했던 반준호(20) 씨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서울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면 불편사항이 있을 것 같았다"며 "이렇게라도 도움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 5건, 지적장애인 2건 등 최근 촛불집회에서 접수한 총 15건의 실종 신고에 대해, 모두 실종자를 찾아 보호자 또는 지인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