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 도입의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 보급이 목표치 이하인데다 판매량이 많지 않으며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친환경자동차 의무 판매제는 자동차 업체별로 판매량에 따라 친환경자동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규제하고,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경우 1990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도인 ZEV(Zero Emission Vehicle : 무공해차량)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전기차 충전기 1만73개와 충전소 3379곳을 운영하는 등 충분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491개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경연은 "ZEV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 간에 차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무판매제 적용 대상업체는 연간판매량의 4.5%(의무판매비율)에 해당하는 의무 크레딧을 할당받고, 미달 시 1 크레딧 당 5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크레딧은 전기차와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할 경우 차감되는데, 평균 판매량이 2만대를 초과하는 대형업체의 경우 크레딧의 2.0%는 반드시 배터리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순수 전기차 판매를 통해 취득해야 한다.
국내 업체에는 전체 크레딧의 87.1%가 할당되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보다 과징금 부담이 높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한경연은 당장 내년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면 자동차 업체가 최소 2979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 중 77.8%는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이 납부해야 한다.
강소라 연구원은 "이는 최근 3년간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율을 고려해 추정한 것으로 내년 친환경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실제 부과될 과징금은 2979억원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친환경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할 경우 부과될 과징금은 최대 3498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한경연은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가 도입되면 국내 업체의 부담이 과중하다"며 "우리나라도 캘리포니아와 같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내에 적합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