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지는 법' 배운 최두호, 더 강해질 것이다

챔피언으로 가는 과정일 뿐…심리적 그로기 상태 국민 위로

지난 11일(한국시간) 열린 UFC 206 페더급 경기.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25)는 컵 스완슨(33, 미국)에 3-0 판정패했다. 치열한 난타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8년 동안의 격투기 인생 통틀어 두 번째 패배. UFC에서 3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둔 뒤 당한 첫 패배다. 2010년 유스케 카기야마에 2-1 판정패한 후 이어온 12연승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경험과 랭킹에서 스완슨(4위)에 뒤지지만 최두호는(11위) 경기 전 톱독(이길 가능성이 많은 선수)으로 평가받았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전 경기들처럼 스완슨을 꺾으면 톱5 진입과 동시에 조만간 타이틀 도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패배가 더 안타깝다.

경기 뒤 항상 깨끗했던 최두호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됐다. 생글생글 웃던 미소가 사라지고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옥타곤 인터뷰 당시 목소리에는 살짝 물기가 어렸다.


최두호는 이기는 데만 익숙했다. 패배가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UFC 첫 패배에 좌절하지 않았다. 실망 대신 희망을 얘기했다. 최두호는 옥타곤 인터뷰에서 "지니까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 두 번 다시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명승부였다. 최두호와 스완슨은 번갈아 그로기 상태를 오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케이지 위에 모든 것을 쏟았다.

UFC는 두 선수의 경기를 '오늘의 경기'(Fight of The Night,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했다. 화이트 대표는 트위터에 "올해의 경기 감"이라고 칭찬했다. 스완슨은 "격렬했지만 아름다운 경기였다. 최두호와 싸울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경기 후 캐나다 관중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국내팬들도 비난 대신 칭찬을 쏟아냈다. 극한 상황에서 악착같이 버티는 25살 앳된 청년의 분투를 보며 심리적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

최두호가 이번 경기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점을 보완해서 더 강해진 모습으로 옥타곤에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패배는 챔피언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일 뿐이다. 절치부심한 최두호가 써나갈 UFC 역사가 기대된다. 팬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최두호, 넌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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