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광장 세종대왕상 옆에는 테이블 위에 다양한 그림 엽서를 수북하게 쌓아둔 채 연신 "엽서 받아 가세요"라고 외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림책 작가 한병호다.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그림엽서는 모두 8종으로,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 실세 최순실 등이 등장하는 풍자 그림이 들어가 있었다.
'丙申九賊 國政壟斷'(병신구적 국정농단)이라는 제목이 박힌 엽서에는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문고리 안봉근' '문고리 이재만' '문고리 정호성' '순시리' '차은택' '민정탄압 우병우' '악질 김기춘' '삥땅 안종범'까지 9명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작가 한병호는 "저를 포함해 뜻이 맞는 그림책 작가 여섯 명이 함께 작업했다"며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작가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동참의 뜻을 밝혀 일주일 만에 만들어 갖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림엽서는) 매주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우리 식으로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한 결과물"이라며 "해가 지고 깜깜하면 시민들이 (엽서 나눠 주는 것을) 못 볼 것 같아 낮 1시부터 나와서 점심도 못 먹고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10만 장 이상 갖고 나왔는데, 모두 소진이 될지 모르겠다. 작업실에도 쌓여 있어서 오늘 다 나눠 주지 못하면 다음 주에 또 갖고 나올 생각"이라며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을 봐 가면서 필요하면 (그림엽서 말고) 다른 아이템을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놀랐다. 정말 말 그대로 '시민의 승리'인 것 같다"며 "제가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는데, 그 당시에는 (시위가) 과격했다. 지금 여기 보면 유모차 끌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해서 정말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올바른 시위 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병호는 특히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벌인 비상식적인) 이런 일이 정말 여기서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곳에 엄마 아빠 따라서 나오는 아이들에게는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끝나야지, 또 반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다들 (광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