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잘못도 있지만 종북세력 야욕 막아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튿날인 10일 서울 도심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개최했다.
두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집회를 마치고 나서는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 앞까지 행진한 뒤 2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총 100만 명의 애국 시민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집회 참석 인원을 4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장소 주변에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50∼80대가 주를 이룬 참석자들이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참석자들은 '속지 마라 거짓선동 자유대한 수호하자', '고맙다 탄핵찬성. 덕분에 5천만이 깨었다', '이정현 파이팅' 등의 구호가 적힌 손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말아먹는 여론 쿠데타 중지하라", "종북세력 몰아내자", "성형설, 굿판설이 안 되니 90분 머리설 주장하는 좌파들은 죽어라" 라는 구호를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가 "촛불 든 시민이여, 제자리로 돌아가십쇼. 당신들이 드는 촛불 속에 종북 좌파의 적화 야욕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호소문을 읽자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울지 마세요. 슬퍼하지 마세요"라는 구호까지 선창하자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복렬(82·여) 씨는 "어제 탄핵안이 가결되는 걸 보고 내 친구는 억울해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기초연금) 20만원 받고 잘 살게 해준 박근혜 대통령이 내 자식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박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 중 일부는 박 대통령도 잘못한 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혼란을 틈타 종북세력이 활개 치는 걸 볼 수 없어 집회에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배정호(64) 씨는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이) 어린 애들까지 동원해 나라를 망치려 하면 안된다"면서 "나는 나라를 위해서, 국회 해산을 위해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사로 나선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정윤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하 몇 사람이 이 문제를 엄격히 다뤘다면 이런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모르긴 몰라도 김기춘이 겁먹은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건을 언급하고 "그때 유족들이 7번이나 면회를 요청했는데도 대통령이 거절했다"며 "박 대통령이 쫓겨날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냐"는 말로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김 회장이 "피해자들의 희생이 억울해도 이걸 천년만년 끌고 갈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머리 하는 시간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 치부를 공개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고 하자 참석자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주최 측은 다음 주 토요일인 17일에는 오전에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나서 종로구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보수단체 회원 2명은 청계광장 집회 도중 '박근혜 구속하라', '한상균 석방하라' 라고 쓰인 현수막을 훼손했다가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되기도 했다.
인적사항을 파악한 경찰은 일단 이들을 돌려보내고 다음에 조사할 예정이다.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 집회 외에도 오후에는 국가기도연합이 서울역 광장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비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