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에 따라 이뤄진 탄핵가결은 향후 정치권 재편·개혁은 물론이고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와 무너진 사회질서를 다잡는 데도 커다란 힘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모호해 경제주체인 기업과 국민들에게 앞 길을 밝혀줄 등대가 되지 못했다. 고용확대와 경제활력 회복을 얘기했지만 정확한 방법론은 나오지 않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단기처방은 한국경제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집권중반 100조원을 풀어 일으키려던 부동산경기는 집권말에 이르러 가계부채를 늘리고 부동산버블로 이어져 경제의 주름살을 더 깊게 패이게 했으며 기업들은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지속됐다.
비선의 국정농단과 장기비전없는 산업구조조정은 일부 업종에서 더 큰 부작용을 만들어냈고 수년간 성장동력을 공급받지 못한 경제는 저성장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으며 정치적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내각개편에 나서는 바람에 경제리더십까지 사라진 상황이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기업 차별, 미국발 금리인상 이란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는 마당이라 리더십의 공백은 더욱 커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또 한차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불확실성은 경제활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순실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며 결국 박근혜게이트로 확인된 최근 한 두달, 한국의 정정불안은 극에 달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정정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지적했다.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외견상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졌다. 현직 대통령이 유고되고 여권의 분열과 헤게모니 다툼이 예상되는데다 대통령을 대신할 권한대행의 업무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국정추진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탄핵을 계기로 적어도 물러나라는 세력과 버티는 대통령간의 예측불허의 세력다툼은 끝이 났다. 남은 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통령 퇴진여부를 결정짓고 조기대선 등 후속일정을 이어가면 된다. 안갯속에 가려져있던 정치일정이 예측 가능의 범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탄핵당일인 9일 코스피는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2024포인트로 6.38포인트 빠지는데 그쳤고 코스닥이 9.73포인트 상승한 것도 불확실성이 줄어든데 따른 결과로 볼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탄핵절차가 이뤄지는 기간동안에도 경제부총리의 어정쩡한 동거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고 경제가 금방 좋아질 묘수가 나올리도 없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는 경제내적인 요인들보다는 정치적 요인이나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왔고 이런 맥락에서 탄핵으로 높아진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