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고,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된 것이다.
이같은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는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의 전원 찬성을 전제로 새누리당 128명 중 최소 62명이 찬성한 것으로 압도적인 가결이다.
이로써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자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되는 즉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故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불행한 일이지만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고 헌법을 유린한 데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자 단죄다.
민간인 최순실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하면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자행하는데도 이를 묵인 방조했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나 몰라라' 하며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 잘못과 책임이 온전히 박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 탄핵 표결에 앞서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겸손함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울부짖음을 뒤로 한 채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였던 박 대통령이다.
어쩌면 이번 탄핵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회한의 눈물보다는 어금니를 물고 정치적 재기(再起)에 골몰할 것 같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을 재확인한 동시에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민주주의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어둠에 가려졌던 온갖 불의(不義)와 불통(不通), 부정과 부패, 특혜와 차별, 반칙과 욕심, 그리고 '앙시랭 레짐(Ancien régime)', 이른바 '구(舊)체제'와의 단절이자 응징이며 탄핵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누적 인원 640만명의 남녀노소가 함께 들고 외쳤던 '촛불 함성'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가 없는 나약한 정치권에 휘두른 채찍이었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앞으로 정국 혼돈과 국정 공백의 최소화를 위한 '포스트 탄핵'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압도적으로 가결된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제 박 대통령은 2017년 신년사 담화를 할 수 없다. 희망에 찬 새해는 '광장 민주주의' 정신에 근거한 헌법 질서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광장(廣場)은 넓음이고 열려 있음이다. 차별이 아닌 평등, 불의가 아닌 공정,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서도 촉촉한 눈빛과 따스한 체온으로 우리가 서로를 확인했던 곳은 광화문 광장이었다.
조선시대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정문(正門)으로서 광화문(光化門)은 '빛(光)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춰 태평스러운 날이 이어진다(化)'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가수가 불렀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 가사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아 우리 대한민국…"
노래 가사가 멋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서슬퍼렇던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였던 1983년 정권홍보용 '건전가요'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쩌면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은 이 노래 가사에 공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돈과 권력을 갖고 전횡을 부리는 소수의 특권과 반칙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2016년 12월 9일자로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사라져야 한다.
공정한 원칙과 합리적 상식에 바탕한 소통과 공감 리더십으로 국민을 통합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 바로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갖는 헌법적 의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