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박 대통령은 특별한 정치행보에 나서지 않은 채, 참모진들로부터 국회 동향을 전해 듣고 탄핵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등 '정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치적 심판을 앞두고 초조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이미 여당 지도부의 입을 빌려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헌재 심판까지 받아보겠다고 고집하는 이상, 정치권 일각의 '탄핵 가결 뒤 자진사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친박계 당 지도부의 제안인 '부결되더라도 4월 퇴진' 가능성은 더더욱 없을 전망이다. 4월은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을 피할 수 있지만, 특검이 박 대통령을 기소중지 해두는 경우 퇴진하자마자 '불소추특권'을 상실할 박 대통령은 체포당할지도 모른다.
여당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일각에서도 탄핵 찬성 기류가 형성돼 있어 표결시 의결정족수 200표를 훨씬 넘는 찬성표가 쏟아질 공산이 크다. 가결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송달되는 즉시 박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헌재의 심리 속도에 좌우되지만 최장 180일간 대통령 권한은 황교안 총리가 대행한다.
탄핵안 가결시 박 대통령은 최장 6개월간 국군 통수권과 공무원 임면권 등을 총리에게 넘겨야 하지만, 청와대 관저 생활이나 경호 등 예우는 계속 받는다. 급여는 업무추진비를 제하고 받는다. "직무수행을 못하면서 관저에 유폐당하는 셈"(여권 관계자)이 라는 지적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전례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은 이 기간 청와대 비서실의 비공식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 연속성을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은 공식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한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재 기자단과의 접촉 등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고 전 총리는 청와대에서의 수석비서관회의 주재를 거절하고, 차관급 인사를 전결로 단행하면서도 발표는 기존대로 청와대 인사수석에게 맡기는 등 '보완적 대행'으로 일관했다.
고 전 총리는 탄핵안 가결 5일 뒤 첫 대외행사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고건' 명의의 대통령상, '국무총리 고건' 명의의 국무총리상을 모두 시상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서 준비한 연설문 원고를 총리실 보좌관이 손질하자 '원본을 가져오라'고 지시해 원본을 '대독'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