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감독은 "인삼공사는 생각보다 2, 3쿼터 득점이 적다"면서 "외인 2명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은 잘 안 나타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오히려 국내 선수가 더 많이 뛰는 1, 4쿼터가 위협적일 때가 많았다"면서 "때문에 이정현을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정현은 지난달 12일 오리온과 1라운드에서 완전히 막혔다. 평균 17점 이상을 넣는 이정현은 이날 6점(5도움)에 그쳤고, 실책은 7개나 저질렀다. 팀도 81-91로 졌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정현은 완벽히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다.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상대가 전담 마크맨 김강선을 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정현은 2쿼터 10점을 집중시키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팀은 2쿼터만 32-24로 뒤졌지만 이정현이 버티면서 5점 차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3쿼터는 4도움을 올리며 28-21 리드와 76-74, 역전을 이끌었다.
백미는 4쿼터였다. 이정현은 막판 천금의 4점을 집중시켰다. 1점차로 뒤진 종료 17초 전 이정현은 상대 김동욱의 공을 가로챘고, 질풍같은 레이업슛으로 98-97 역전을 이끌었다. 99-99 동점이던 종료 직전에는 결승 미들 버저비터 슛까지 성공시켜 101-99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이정현은 팀 최다 23점 9도움 4가로채기로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1라운드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한 '이정현의 각성'이었다.
경기 후 이정현은 "지난 1라운드 때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번 원정에서 오리온을 잡아보자고 생각했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세근(19점 10도움 9리바운드)과 데이비드 사이먼(22점)이 골밑에서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