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매된 아이돌 그룹들의 앨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양한 '버전(version)'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요계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 JYP, YG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아이돌 그룹들이 올해 선보인 앨범들을 살펴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M 소속 엑소의 정규 3집 '이그젝트'는 '몬스터', '럭키 원'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각각의 버전이 중국판으로도 발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장의 앨범에 총 네 가지 버전이 있는 셈이다.
JYP 소속 트와이스의 세 번째 미니앨범 '트와이스코스터:레인1' 역시 'A' 'B'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YG 소속 위너의 두 번째 미니앨범 '엑시트:이'도 'S' 'A'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버전은 다르지만, 수록곡은 똑같다. 대신 앨범 디자인, 속지, 포스터, 멤버별 포토카드 등을 다르게 포함시켜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멤버별 포토카드는 랜덤으로 들어 있어 원하는 걸 고를 수도 없게 만들어 놓는다. 팬들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팬들은 '등골이 휜다'며 한숨을 내뱉지만, 정작 아이돌 기획사들은 이러한 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엑소는 정규 3집 리패키지 앨범인 '로또'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발매해 올해 100만 장 판매고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트와이스는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22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올해 발매된 걸그룹의 음반 판매량 중 1위를 기록 중이다. 곧 해당 앨범의 크리스마스 에디션 버전도 나올 예정이다.
대형 기획사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앨범을 발매해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방탄소년단은 정규 2집 '윙스'를 무려 네 가지 버전으로 발매했다. 앨범은 하나인데, 'W', 'I', 'N', 'G' 버전이 따로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 앨범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다.
멤버들은 쇼케이스에서 "세 개의 키워드가 다 중요해서 세 가지 버전으로 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세 개의 키워드를 하나의 앨범 안에 녹일 수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업계에선 아이돌 기획사들의 지나친 상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일종의 팬 서비스이자 수익구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라면서도 "눈앞에 수익을 좇아 지나친 이미지 소비를 할 경우 아티스트의 생명력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