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비 2조, 정부 8천억…'꺼지지 않은 불씨'

경기도교육청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결손액 3,200억…재정 바닥

정부가 만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비(이하 어린이집 누리과정비)의 일부를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1조 원이 넘는 비용은 시·도교육청들이 떠안게 됨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의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편성을 거부할 명분조차 없어진시·도교육청들은 근본대책을 재차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자료사진)
◇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2조…정부 지원 8천억

7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여·야는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처음으로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8,600억 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8,600억 원은 유치원을 제외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2조748억 원의 42%에 불과하다. 나머지 1조2000억 원은 시·도교육청이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수요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비율에 따라 2천억 원 정도가 지원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의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5,272억 원의 39%로, 4∼5개월치 밖에 안된다. 나머지 3,200억 원은 경기교육청이 부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기도교육청으로서는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집은 교육청의 소관이 아니다"는 이유로 예산 편성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의무적으로 편성토록 한 특별법이 통과됐고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경기도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쪼개서라도 3,200억 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편성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 외상한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경기도교육청은 특별법 제정에 따라 올해 편성하지 않았던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해결하는 동시에 내년도 본예산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경기도의회는 지난 5일 올해 분 5,459억 원에 대해서 교육청 내부유보금 3,132억 원을 '종잣돈'으로 하고, 나머지는 교육협력사업 예산과 경기도 지원 예산 등으로 감당하기로 합의했다.

마찬가지로 미편성된 2017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는 내년 2월 교부금이 확정되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편성할 계획으로 정부에서 지원받는 예산으로만 우선 편성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수정 축소된 예산은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미편성으로 삭감된 교육부의 유보금 5,356억 원을 교부받아 편성한다 하더라도, 또 다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예산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누리예산 부족분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결국 빚을 내거나 학교에 돌아갈 예산을 추가로 깎아야 하는 등 교육재정의 어려움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예산처리규정 모호해 향후 논란 여지

법안의 모호한 조항도 일선 교육청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법안에는 일반회계(정부가 국가활동을 하는데 쓰는 예산)를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지원 회계에 전입해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인 8,600억 원 지원 이후, 정부의 지원 규모나 부담 비율에 대해서는 법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

정부가 남은 기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어느 정도 부담할 지는 앞으로 협의해야 하는 부분으로 시·도교육청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에 따라 지난 6일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법안은) 지난 4년여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핵심 문제를 외면한 채, 당장의 갈등만 덮는 임시방편에 그쳤다"며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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