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애담', 그 달콤하고 씁쓸한

[노컷 리뷰] 우리 누구나 겪는 연애의 '기승전결'

(사진=영화 '연애담' 스틸컷)
사랑은 무한할 것처럼 반짝이다가, 어느 순간 빛을 바랜다.


영화 '연애담'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특별한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미술학도인 윤주(이상희 분)는 우연히 편의점에서 신분증이 없어 담배를 사지 못하는 지수(류선영 분)를 만난다.

첫 눈에 이끌린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몇 번의 잊지 못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다 보면 어느 새 이들은 연인이 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지만 이들 세계에는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떨리는 설렘과 애정은 세상이 주는 두려움까지도 덮어 버린다. 그래서 이들은 때때로 공개된 장소에서 서슴없이 애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상은 한 번 쯤 연애를 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달콤 씁쓸함으로 넘쳐난다. 마치 연인들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동성애를 향한 세상의 편견과 혐오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여느 연인들처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원거리 연애가 크나큰 위기로 다가온다. 점점 멀어지고, 부담스러워지고 오해가 쌓이는데 풀 시간도, 여유도 마땅치 않다.

언제 잘 맞았느냐는 듯 서로의 감정은 계속해서 타이밍이 어긋난다. 내가 필요할 때는 네가 없고, 네가 필요할 때는 내가 없는 식이다.

(사진=영화 '연애담' 스틸컷)
홀로 살 때는 누구보다 자유분방했던 지수는 아버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윤주는 힘들 때 지수가 옆에 없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 현실의 벽에 가려 서로 보듬어줄 수 없는 아픔은 상처로 남아 더 이상 달콤함을 느낄 수 없게 한다.

그래서 사랑은 꿈 같은 환상이다.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결국 빠져 나오는 순간은 지독하게 허무하고 고독하다. 영화 말미, 두 사람이 함께 있어도 결국 균열이 간 감정 사이에는 어떤 안온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틈으로 끊임없이 사랑과 설렘과 온갖 마음들이 걷잡을 수 없게 흘러 나온다.

색이 옅으면서도 담담한 배우들의 연기는 서서히 마음을 적신다. 연애의 기승전결을 담아 내는 폭 넓은 감정 연기 또한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는 놀랍도록 쉽게 '동성애'라는 요소를 무디게 만들어 버린다. 그것은 어쩌면 이 영화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음에도 말이다. 대신 어떤 사랑의 형식이라 해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로 서사를 쌓아 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두 여자가 겪은 보통의 사랑은 이번 겨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특별한 연애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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