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어쩔 수 없는 사정있다"…뇌물죄 피하기 꼼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정유라 등 최순실 일가를 삼성그룹이 독자적 지원한 이유에 대해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적절한 지시를 누가 주도했고 그런 잘못된 결정을 왜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며 끝까지 모르쇠로 함구하고 있다.

최순실은 국민연금 찬성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된 작년 7월 17일과 같은 날 독일에서 '비덱'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삼성은 비덱이 설립되고 두달 뒤인 지난해 9월 독일 비덱스포츠(구 코어스포츠)에 컨설팅 비용으로 낸 280만 유로(약 35억 원)을 여러차례 나눠 송금했다.

(사진=자료사진)
삼성은 또 같은 달 최 씨 측에게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추가 지원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삼성은 이에 대해 "43억 원은 말을 사들이는 데에만 사용됐고, 삼성 측 자산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조사에서 "삼성그룹의 누가 이 과정을 지휘했냐"는 물음에 대해 수십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행동이었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이 돈이 국민연금의 삼성그룹 합병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결코 관계가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이 부회장이 말한 "어쩔 수 없는 사정"과 "합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발언사이에는 너무 큰 간극이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검찰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국민연금의 삼성그룹 합병 딜에 대한 협조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극구 부인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100억 원대 거액을 지원하는데는 시기적으로 상관관계를 분명히 갖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사 합병에 따른 최순실 일가 지원을 인정할 경우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밖에 없기때문에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관측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준 배경에 대해 수사를 거의 마무리했다.

삼성의 지원을 받은 대가로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움직여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최 씨와 박 대통령 모두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게 된다.

◇ 박 대통령의 '노골적 지원' 요구 가능성도

삼성그룹 내 합병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관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 지원 요구 가능성이다.

(사진=자료사진)
이 또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원과 별개로 해석할 수 없다.

다만, 삼성그룹이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합병문제'와 '최순실 일가 지원 문제'를 자꾸 별개화 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 문제가 연계된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적인 논란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최순실 조카 장시호에게 동계스포츠 지원을 명목으로 16억 원을 지원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종 전 차관은 장시호에게 지원한 16억 원외에도 승마협회 등 체육단체를 관할하는 문체부 2차관 자격으로 삼성이 35억 원을 지원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은 물론 김종 전 차관 등을 통해 삼성에게 독자적으로 최 씨 일가를 지원하도록 노골적으로 지시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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