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페미니즘? 김윤석의 '여혐' 돌파법

배우 김윤석.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배우 김윤석이 '무릎 담요 발언'으로 불거진 성희롱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김윤석은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공식 사과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여러분께 사과를 먼저 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 염치 불구하고 일어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말이 끼어 있어 (사과가)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한 인터뷰에서 양말 공약이라는 농담으로 시작됐던 게 내 경솔함과 미련함을 거치면서 상당히 불편한 자리를 초래했다"고 '무릎 담요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윤석은 "분노와 불편함을 느꼈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깊이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된 '무릎 담요 발언'은 지난 1일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방송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무비 토크 라이브에서 나왔다. 이날 방송에는 김윤석을 비롯해 배우 변요한, 채서진, 박혜수, 김상호, 안세하 등이 출연했다.

방송 도중 하트 수가 20만 개를 돌파하자 진행을 맡은 박경림이 "공약으로 무엇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변요한의 양말을 입에 물겠다", "양말을 바꿔 신겠다" 등의 '무리수' 공약들이 난무하다가 김윤석이 "여배우 무릎 담요를 내려 주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당시 채서진, 박혜수 등은 짧지 않은 치마 위에 담요를 덮고 있었지만 발언을 접한 대중들, 특히 여성 관객들은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권위적 위치에 있는 김윤석이 후배 여성 배우의 인격을 무시하고, 성적 대상화를 일삼았다는 지적이었다. 분위기를 띄우는 흐름 속에서 나온 무의식적 발언이었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공론화에 가정 먼저 앞장 선 것은 김윤석의 팬들이었다. 방송을 지켜 본 이들은 SNS를 통해 '무릎 담요'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김윤석에게 해당 발언에 대한 의견을 쓴 편지와 함께 페미니즘 도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윤석 또한 두 딸과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서, 여성을 비하 또는 혐오하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윤석은 현장에서 여성 배우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왕성하게 소통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발언까지의 사연이야 어찌됐든 김윤석이 곧바로 사과를 전한 것은 분명히 의미를 가진다. 경력 30년이 다 되어가는 이 배우는 해당 발언을 통해 불거진 논란을 '예민하거나 민감한' 여론으로 취급하지 않고 마땅히 사과해야만 하는 사안으로 받아 들였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역할과 성적 소비가 난무하는 연예계.

이는 앞으로 김윤석 이하 연예계를 주름잡고 있는 남성 배우들이 어떤 관점에서 여성 배우들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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