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 "강압 있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합창'

朴 대통령 '제3자뇌물죄' 의식한듯…뇌물공여 혐의도 벗어나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 총수들이 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하나같이 대가성을 부인했다.

기업 총수들은 청와대의 압력과 할당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은 시인했지만 사업 특혜나 사면 등 대가성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데다 조만간 특검에서 기업 총수들의 재단 출연 배경을 놓고 강도높은 수사가 예정돼 있어 '뇌물공여·수수'로 이어지는 법적으로 민감한 부분 만큼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 총수들은 의원들의 대가성 추궁에 일제히 "그런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 9명의 회장단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 아니었냐'는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질의에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 당 장제원, 이완영 의원의 질의에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말씀 드릴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 면세점 사업권 확보와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최교일 의원의 질의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앞서 롯데는 올해 3월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K스포츠로부터 "비인기 스포츠 인재 육성 거점사업을 위해 70억원을 추가 투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송금했다가 6월 9일 그룹에 대한 검찰의 앞수수색 전날 돈을 되돌려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이완영 의원의 질의에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이지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SK그룹 역시 두 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이 결국 8·15특사 사면을 위한 대가성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청와대의 재단 출연금 압박은 인정했지만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된다고 말씀하셔서 민간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참 어렵다. 정부 요청을 기업이 거부하기 힘든 건 한국적인 현실이다"라고 말해 강제성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

기업 총수들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부터 기록검토를 시작으로 이르면 다음주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박영수 특검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부터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사업 편의를 기대하고 출연금 등을 낸 것은 맞다"는 등 일부 대가성을 시인하는 발언을 할 경우 당장 특검에서 '뇌물공여죄'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강요, 뇌물죄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

"청와대 의중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는 등의 강제성만 인정하면 박 대통령은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벗을 수 있다.

또 대가성 관련 발언은 오는 9일로 예정된 탄핵안 표결에서도 '매머드급' 후폭풍을 남길 수 있기에 사전에 강제성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부인하는 쪽으로 총수들이 내부 조율을 거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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