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 전 총경)
◆ 장신중>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당사 앞에서, 새누리 당사 앞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거기서 성난 시민들이 달걀 투척하고 깃발을 찢고 이런 행동이 있었던 거죠?
◆ 장신중>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군중이 떠나간 뒤에 당연히 당사는 얼룩덜룩해졌을 테고요. 그런데 그걸 의무경찰들이 빗자루로 쓸고 물로 닦아내고 해 준 거예요?
◆ 장신중>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몇 명이나 참여했답니까?
◆ 장신중> 한 30명 정도. 아마 그러니까 그곳에 배치됐던 경찰관, 경찰관과 의무경찰대원 전원이 참석을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 청소를 했대요?
◆ 장신중> 계란을 던져서 벽이 얼룩진 거, 창문, 바닥에 떨어진 거, 이걸 물걸레로 쓸고 닦고 우리가 흔히 물청소라고 하죠, 호스 꺼내가지고. 전반적으로 거기를 전체적으로 물청소를 하는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대청소를 하듯이 호스로 물 뿌리고. 그런데 사실 그 장면 보고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분도 많아요. 뭐 정당의 당사 청소는 원래 경찰이 하게 돼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장 총경님은 딱 그 장면 보고 이건 아니다 생각하신 거예요?
◆ 장신중> 네, 그렇습니다. 경찰관이 할 일이 정해져 있죠. 가령 사회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 이게 경찰관의 임무고 그다음에 경찰은 정치적 중립이죠. 국가기관 외에 가서 민간, 개인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죠. 청소를 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에 이익을 주는 이런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죠.
◇ 김현정>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특정 정당에 가서 청소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경찰청장이 이 논란이 커지자 해명을 내놨습니다. 뭐냐 하면 새누리당사의 청소 용역하는 분들이 연로해서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거기 지키던 의무경찰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준 거라는데 이 해명을 듣고도 석연치 않으세요?
◆ 장신중> 해명 자체가 많이 황당하죠. 가령 새누리당은 경찰의 조직과 인력, 그다음에 예산, 승진 등 업무 전반에 걸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집권 여당을 경찰이 자발적으로 도와줬다고 주장하는 거는 이거는 검열이라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죠. 그 정신 상태가 온전한 기관장이라면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한다고 해도 말려야 합니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경찰의 명예를 더럽히게 된다는 거는 경찰관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거죠. 바로 반응이 나왔지 않습니까?
◇ 김현정> 경찰의 명예를 더럽혔다고까지 생각하세요?
◆ 장신중> 그렇죠. 경찰의 명예를 더럽힌 그런 일입니다.
◇ 김현정> 경찰이 한 정당의 당사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냐, 이런 자존심 상한다는 생각들을 경찰들은 다 하시는 거예요?
◆ 장신중> 경찰관들은 명예를 먹고 삽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렇죠. 경찰만이 아니라 소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제복의 명예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혼자 설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해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면 그거는 제복의 명예를 정말 드높이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자발적으로 봉사하듯이 했다는 거거든요. 청소하시는 분들 도와드리려고?
◆ 장신중> 그렇다면 그거는 건물관리자나 그 일을 처리하게 되는 장본인인 새누리당이 나서서 자신들이 청소할 생각을 당연히 했어야죠.
◇ 김현정> 아하, 그 청소 용역하는 분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 수준이었다면 오히려 당에 있는 정당인들이 나오든지 관리인들이 나와서 같이 대청소를 했었어야지 그분들은 사무실에 가만히 있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경찰청장의 해명에 대해서는 이건 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말씀하셨고. 그 현장을 책임지는 지휘관도 하나 있었어요. 기동단장인데 기동단장은 조금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뭐냐하면 ‘지금까지 계속 해 왔던 거다. 이 당사 주변 청소 같은 건 새누리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이라도 일선 경찰들의 업무였다’는 거거든요? ‘자신의 집앞 마당 내가 지키는 곳을 내가 청소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아예 이런 시설에다 기관에다 배치하는 중대 자체를 없애버리고 대통령도 지키지 말아야 한단 말이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장신중> 그러면 조금 전에 경찰청장이 이야기한 자발적이라는 주장하고는 형용모순 아닌가요?
◇ 김현정> 왜 그런가요?
◆ 장신중> 관행으로 쌓여서 업무가 됐던 거라면 내가 업무를 안 하면 당연히 혼나죠. 그러면 혼나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어떻게 자발적입니까?
◇ 김현정> 그럼 이걸 지시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경찰 간부가. 그러면 직권남용이 되는 거예요?
◆ 장신중> 그렇죠.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경찰이 해야 할 일도 아니고 강요한 거라고 보게 되면 이거는 직권남용에 해당되는 그런 행위라고 저는 보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당에서 경찰에다 요구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 장신중> 글쎄요. 그건 이미 당연히 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요구는 안 했을 겁니다.
◇ 김현정> 늘 해 왔다니까?
◆ 장신중>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거는 경찰이 잘못한 거죠. 1차적으로.
◇ 김현정> 어제 군과 경찰 관련된 기관들이, 단체들이 모여서 성명을 내셨더라고요. 지금 경찰들 모이면 수군수군 무슨 얘기들 뒤에서 하시길래요?
◆ 장신중> 그대로 좀 소개하기는 좀...
◇ 김현정> 방송용으로 부적절할 정도로 화들을 내시던가요, 일선 경찰들이?
◆ 장신중> 그럼요.
◇ 김현정> 조금 순화해서라도 얘기를 좀 해 주신다면요?
◆ 장신중> 한 두 가지만 제가 소개를 드릴게요.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마자 조회가 올라가기 시작했는데요. 그 속성 자체가 자신의 의사를 밖으로 꺼내기 꺼리는 좀 보수적 사고를 가진 데가 경찰관입니다.
◇ 김현정> 조직이 그렇단 말씀.
◆ 장신중> 그분들이 한 내용 중에서 (얘기를 드리자면) ‘정치경찰이 확실합니다. 이참에 척결해야 할 구태입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경찰이 새누리당 청소부입니까?’ 이런 내용인데요. 나머지는 뭐 조금 좀 아주 방송이라서 하기가 조금 그런 내용입니다.
◇ 김현정> 부적절할 정도의 내용? 그렇군요. 혹시 다른 대응까지도 생각하고 계세요, 단체들이, 경찰 단체들에서는?
◆ 장신중> 이 부분은 경찰청장이나 그 당시 당연히 업무라고 얘기했던 최성용 단장을 상대로 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다 제소하는 문제를 지금 논의 중입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뜨거웠던 새누리당 청소에 경찰이 참여한 이 논란. 오늘 한번 꼼꼼히 짚어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장신중 총경님, 고맙습니다.
◆ 장신중>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경찰인권센터의 소장이고요. 총경 출신이죠. 장신중 전 경찰총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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