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특검보가 정해지기 앞서 파견검사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할 윤 팀장이 먼저 임명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상징성' 있는 윤 팀장도 사실상 특검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검보에 박충근(60·17기)·이용복(55·18기)·양재식(51·21기)·이규철(52·22기) 변호사 등 4명을 임명했다.
이규철 변호사만 판사 출신, 나머지 3명은 검찰 출신이다. 특검보에 판사 출신이 포함된 것은 검찰의 시각 뿐 아니라 범죄 유무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법원의 시각에서도 사건을 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 출신들은 '특수통'과 '강력통'이 두루 섞인 인물들이 특검보에 임명됐다. 박 변호사는 검사 시절 강력사건을 도맡았고 이용복 변호사는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 특검팀 특검보 활동을 한 경력을 지닌 특수수사 전문가다.
양 변호사는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주임 검사로 활동했다.
현행 특검법상 생업을 포기하고 공소유지에 책임을 져야하는 제약 때문에 어렵사리 특검보 추천과 임명 절차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윤 팀장이 맡은 수사팀장은 공식 직책이 아니고, 수사 실무와 20명에 달하는 파견검사 지휘 통솔을 담당하는 자리다. 한 검사는 이에 대해 "군대 내무반장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팀장은 윤 팀장의 고유 업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특검 임명 직후 "인생 마지막 수사"라고 주변에 말했다는 박 특검이, 파견검사 통솔이나 수사실무만 맡기려고 윤 팀장을 불렀을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팀장을 특검보보다 먼저 임명하는 일은 없어, 윤 팀장을 특검보들보다 먼저 인선했다는 것은 박 특검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윤 팀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윤 팀장은 연수원 기수로는 23기지만, 사법고시에 늦깍이 합격해 특검보 중 박 변호사(60)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56)가 많아 사실상 특검보급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능력면에서도 특수수사 분야에서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로 분류된다.
박 특검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팀장의 직책과 관련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실상은 따로 염두에 둔 직책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박 특검은 윤 팀장을 사실상 2인자로 여겨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상 1년 내 공무원 신분으로 재직한 경우 특검 또는 특검보 임명의 결격사유가 있기 때문에, 박 특검이 윤 팀장을 우선 수사팀장으로 불렀다가 특검보에 상응하는 역할을 맡기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 특검은 "(윤 팀장 뿐 아니라) 특검보 밑에 파견검사들을 배치할 예정"이라며 '동급'으로 팀을 운영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사는 "윤 팀장이 늦게 시험에 합격했고 아직 조직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선배 기수들과 동일한 급으로 일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선배들에게 깍듯한 편이고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때 항명파동은 원래 성향과 많이 다르다"면서도 "박 특검의 의중은 그렇게(특검보처럼)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