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5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3차 담화가 대통령의 조기 하야 선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실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곧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제 정무수석은 '4월 퇴진 당론 대통령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 당론 수용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현재 박 대통령은 '4월 퇴진, 6월 대선'의 새누리당 당론을 수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본회의 전 4차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본인의 퇴진에 대해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진퇴 문제 결정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긴 3차 담화 때와 달리 '분명한 하야 시점'을 내놓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4월 퇴진론'이 야당이나 비박계를 흔들기에는 이미 버려진 카드가 됐다는 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부결돼도 4월 퇴진론 협상은 없다"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하더라도 탄핵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비박계 역시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계없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비박계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이 4월 말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탄핵안을 분명히 처리하는 게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1월 퇴진론'을 꺼내들 가능성을 거론한다. 1월 퇴진론은 당초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제시한 바 있다.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 심판에 들어가면 '행상 책임'을 가리는 탄핵심판 특성상 내년 1월 말이면 심판 결과가 나온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1월에 자진사퇴하겠다고 선언하면, 대선 시기가 3월로 훨씬 앞당겨지면서 야당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탄핵보다 자진사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비박계내 일부 온건파도 영향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특검의 1차 수사기간(2월 말) 만료 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헌법상의 불소추특권을 활용할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 특검에 의해 체포와 구속 수사를 '맨몸'으로 당할 수도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도 당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언제로 밝히든 지금은 즉시 하야 아니면 국민이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야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 여부에 관계없이 탄핵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박계 3선 의원도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건 즉시 하야 이외에 없다"며 비박계 역시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당초 방침대로 탄핵 정면승부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장 위험한 카드지만,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두 번의 기회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형사 피의자로 규정당한 직후 "차라리 헌법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 절차에 따르자"며 탄핵을 요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