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영등포 문래근린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이 얼굴 및 군복 부분에 빨간색 스프레이가 뿌려진 채로 훼손돼 있었다.
코 부분에는 망치로 맞은 듯한 흠집도 나 있었으며 흉상 아래 받침에는 '철거하라'는 빨간 글씨가 쓰여 있었다.
전날 흉상을 훼손했다고 밝힌 최모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자체에서 흉상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걸 알고 철거에 근거를 마련하고자 훼손했다"며 "이제 진짜 흉물이 됐으니 하루빨리 철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우리가 사는 나라는 민주·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고 느꼈다"면서 "민주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훼손된 흉상은 공원 관리자가 발견해 신고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최 씨가 형사 처벌(재물손괴 혐의)를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흉상은 지난 1996년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모의했던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던 이곳에 설치됐다 민주화 이후 철거 요구를 받아왔다.
2000년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별안간 홍익대로 옮겼다 결국 문래공원에 다시 돌려놓기도 했다. 이 때에도 관련자들이 법적 처분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원을 관리하는 영등포구청은 흉상 철거나 이후 조치에 대해 아직 논의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훼손됐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철거 계획 등은 서울시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4일 경북 구미시 박 전 대통령 생가에 설치된 동상에는 '독재자' 등의 낙서가 발견됐다.
지난 1일에는 생가 추모관이 백모(49) 씨의 방화로 불에 타 건물의 일부(53.7㎡)가 소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