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분노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언론에게도 그대로 옮겨갔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더 무거운 공적 책임을 지닌 KBS, MBC에 대한 촛불 민심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6차 촛불집회를 앞둔 3일 오후,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를 먼저 찾았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무관하게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을 강력 비판하며, 새누리당의 대형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그 이후, 시민들이 간 곳은 바로 공영방송 KBS였다. '박근혜 퇴진', 'KBS 부역자 청산' 등의 손피켓을 든 시민들은 KBS를 비하하는 말인 '개X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국정농단 사태를 똑바로 보도하라고 요구했다.
성 본부장은 "여러분이 '니들도 공범'이라고 말씀하신 KBS본부 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맞다. 공범이다"라며 "언론이, 특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최순실 일가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겠나"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성 본부장은 현재 정부여당 편향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밝히며 집회에 참석한 야3당 국회의원들에게 "박근혜 탄핵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방송법 개정될 수 있도록,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법원 결정으로 길이 열린 청운동주민센터 근처에 세워져 있던 KBS 중계차에는 이번 주에도 수많은 스티커가 붙었다. "박근혜는 당장 물러나라"라는 유인물과 "나라 바꾸는 퀴어", "나라 바꾸는 노동자", "나라 바꾸는 계집" 등의 스티커가 붙었다. 한 시민은 붉은 펜으로 '파업 짱'이라면서 곧 돌입할 파업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MBC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본대회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할 때, 시민들은 KT 건물 부근에 세워진 MBC 중계차를 보면서 "엠X신(MBC를 비하해 이르는 말)은 물러가라!"라고 연호했다. 행진하는 시민들 일부는 '언론부역자 척결하라', '니들도 공범' 등의 피켓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또, 청와대 100m 앞 팔탄동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가 열렸을 때 일부 시민이 MBC 취재진의 카메라를 '니들도 공범'이라는 붉은 피켓으로 막으며 항의하는 장면이 오마이뉴스 카메라(링크)에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