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2학년 10반 故 김민정 양의 어머니 정정임 씨가 청와대 100m 지점에서 촛불을 들었다.
정 씨는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책임있는 정부의 탄생을 목놓아 외쳤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 사이사이, 거리 곳곳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현 정권 하에서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정부'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했다.
"대통령이라는 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개인 시간이 어디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인데요. 결국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에서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김 씨는 "이 자리에 오는 다른 시민들도 같은 뜻"이라며, "우리도 피해자인데 사실 우리 국민 모두가 다 피해자고 희생자"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식을 잃었지만 국민들도 모든 걸 다 잃었잖아요.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어요."
또 다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정권의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국정농단 사태 터진 후 세월호와 관련해서 '인신공양'이라는 말 나왔어요. 그 말이 우리 귀에 들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까지 나오게하고, 우리한테까지 들리게 한다는 게…"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강찬호 씨는 "나라가 생명도, 안전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생명과 안전의 문제들을 책임지는 정권이 들어왔으면 하는 염원에 계속 광화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린 딸 한혜경 씨와 어머니 김시녀 씨는 광장 무대에 올라 "삼성 때문에 병이 든 노동자들은 일도 못해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며 살고 있는데 이재용이 최순실에게 갖다바친 수많은 뇌물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울분을 떠뜨렸다.
"우리를 내려보기는 하나요. 당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우리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나요. 최순실 씨에게 몇 백억씩 바치는 이재용 씨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김 씨는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밖에도 박 정권 하에서 시행된 정책의 피해자들은 수없이 광장에 자리했다.
"성주 군민들은 제발 일상으로 돌아가길 꿈꿔요. 일상을 잃어버린 삶, 터전을 잃어버린 삶.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배 씨가 말했다.
각종 노동개악의 피해자인 노동자들은 광장에 나와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요구했다.
티센크루프엘레베이터 노동자 김상근(49) 씨는 "정부가 추구하는 것들은 온통 재벌을 위하는 것들"이라며 "민초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양대병원에서 수술 기구 등을 소독하는 김순식(45) 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의료계에서도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며 "국정농단 사태를 보니 그간 해온 모든 일들이 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퇴출을 요구하며 68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공사 재직자 이효건(36) 씨는 "노동자, 농민 등 박 정부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