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에 힘을 보태는 여권에 대한 분노와 탄핵 표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인 야권에 대한 실망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박 대통령 퇴진 문제를 놓고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민심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경고로 해석된다.
◇ 엄중해진 시민…대통령 퇴로 모색 여권 비판
6차 촛불집회에서 눈에 띈 점은 박 대통령 뿐 아니라 탄핵발의 과정에서 정치적 셈법만 따지는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도 성난 민심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행진에 참가한 직장인 이 모(32) 씨는 "국민은 단 1초라도 빨리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을 바란다"면서 "새누리당의 당론인 4월 퇴진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닌데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박근혜 탄핵에 나서지 않는 것은 대구시민에 대한 배신과 배반"이라며 "대구시민이 아낌없이 표를 주고 국회의원을 만들어 놓은 새누리당을 직접 찾아가 시민의 힘과 뜻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새누리당 대구시당 건물에는 '내시환관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덧붙여지고 입구문과 천장에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즉각퇴진'이라고 쓰인 팻말들이 도배됐다.
역시 여당 텃밭 울산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동참한 대학생 오정민 씨는 "죽어서 썩어가고 있는 현 정권에 호흡기 붙이고 심폐소생술 해서 억지로 살리려고 애쓰는 당이 새누리당이다. 이를 계속 주시하고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목소리가 모여 이날 오후 시민 2만 5000여 명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 모여 '새누리당 해체' 구호를 외치며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하며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여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일부 참가자는 새누리당사 건물 현수막을 향해 달걀을 던지고 현수막을 찢기도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김 모(35) 씨는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들어서자 우물쭈물하는 비박계 의원들에 실망했다"면서 "자신들의 셈법 따지기에만 급급하다"고 분개했다.
◇ 탄핵 정국 '헛발질' 야권도 문책
광화문집회에 참가한 문 모(57) 씨는 "탄핵 표결 시기를 저울질하는 정치권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집회 현장에 와서는 민심을 따르겠다고 하고 국회가서는 이해득실 따지는 정치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모(31) 씨는 "탄핵 표결을 늦춘 국민의당이 제 3지대를 만들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며 국민의당을 지목한 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탄핵 표결하라"고 꾸짖었다.
국민의당의 텃밭인 전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국민의당의 깃발이 보이자 "왜 나왔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는가 하면,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서는 "국민의당은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반대로 집회에서 자유발언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날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6차 광주시국촛불대회'에서는 자유발언을 신청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등을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주최 측은 "오늘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탄핵을 지연시킨 정치인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는 게 좋게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최 측이 이날 오후 6시30분 발표한 모바일 투표 결과를 보면 참여 인원 15만8021 명의 99.6%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4월 이후 박 대통령 퇴진'은 0.4%에 불과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을 반대한다는 의견도 98.9%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