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FC 박태하 감독 "쪼들리는 예산이지만 성적은 뿌듯"

"옌볜에서 벌써 2년째네요. 이제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팀이 되고 있어요. 뿌듯합니다."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연고로 하는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1부리그) 옌볜FC는 2016 시즌을 시작하면서 강등 1순위로 손꼽혔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승격한 옌볜FC는 광저우 헝다, 장쑤 쑤닝, 상하이 상강 등 연간 1천억원대의 예산을 쓰는 '부자 구단'과 달리 연간 500억원의 저렴한(?) 예산에 수백억원대 몸값의 '특급 외국인 골잡이'도 없어 생존경쟁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옌볜FC는 끈적한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벽을 앞세워 강호들에 쉽게 지지 않았다.

10승7무13패의 성적표를 남긴 옌볜FC는 1부리그 16개 팀 가운데 9위로 시즌을 마치며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한동안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옌볜FC를 새롭게 변신시킨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 레전드'인 박태하(46) 감독이다.

박 감독은 2014년 12월 옌볜FC 지휘봉을 잡았다.

2005년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박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 코치를 맡았고, FC서울의 수석코치을 지내기도 했다.

박 감독이 옌볜FC를 처음 맡았을 때 팀은 애초 3부리그 격인 을(乙) 리그에서 경기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2부리그 한 팀이 해체되는 통에 2부리그인 갑(甲) 리그로 승격하는 행운을 얻었다.

첫 시즌부터 박 감독의 매직이 펼쳐졌다.

'존중-신뢰-소통'의 3가지 키워드를 앞세운 박 감독은 정확한 패스와 강약 조절 등 기본기를 앞세워 팀의 체질 변화에 집중했다.

마침내 옌볜FC는 지난해 17승10무2패로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부리그 승격의 감격을 맛봤다.

2001년부터 무려 15년 동안 2~3부리그를 전전했던 옌볜FC로서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중심에서 박 감독의 반짝이는 지휘력이 빛을 발했다.

박 감독은 옌볜의 '특급 스타'로 변신했다. 길거리를 지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진 찍기와 사인을 요청한다.

박 감독은 올해 1부리그 첫 무대에서도 안정된 경기력을 바탕으로 9위를 차지했고, 팀은 박 감독과 계약을 연장해 2018년까지 팀을 맡기기로 했다.

힘든 한 시즌을 마친 박 감독은 고향인 포항에서 일주일째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 감독은 2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고향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며 "오는 7일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서 시즌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옌볜이 요새 영하 20도까지 떨어져서 따뜻한 하이난다오에서 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평가해 달라는 말에 박 감독은 "부족했지만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줬다. 얻은 게 많다. 긍정적인 한 시즌이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중국 언론에서는 옌볜FC가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색있는 경기를 보여줬다는 칭찬도 많았다"며 "선수들의 개인적인 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조직력과 튼튼한 수비에 이은 역습을 앞세워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강조했다.

중국 생활을 2년째 맞는 박 감독은 "내년이면 벌써 3년째다. 옌볜FC는 내 축구인생에서 의미 있는 팀이 되고 있다"며 계약을 연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내년에도 1부리그에서 잔류하기 위해 코칭스태프 보강도 했다. 대전 시티즌을 이끌었던 최문식 감독을 코치로 영입했고, 독일에서 활동하던 피지컬 코치 2명도 데려오기로 했다. 박 감독을 뺀 코칭스태프만 7~8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옌볜FC가 이번 시즌 선전한 것에는 박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중국행을 선택한 윤빛가람, 김승대, 하태균의 역할도 컸다.

윤빛가람과 김승대는 올해 나란히 8골씩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25골을 몰아치며 팀의 1부리그 진출에 큰 역할을 했던 하태균이 잔부상이 이어지면 3골에 그친 게 아쉬운 대목이다.

1부리그에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 감독은 다음 시즌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옌볜FC의 내년 예산은 올해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조금 높아진다.

K리그 팀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지만 중국 슈퍼리그 1부리그 구단들의 평균 예산이 700억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많지도 않다.

박 감독은 "중국 대표팀의 공격수 가오린(광저우 헝다)의 연봉은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연봉이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여기에 부자 구단들이 선수를 독식하는 것을 막으려고 규정으로 한 시즌에 중국 선수를 5명밖에 영입할 수 없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들 것 같다"며 "예산 때문에 선수 영입에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전술변화로 생존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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