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육아휴직이 돼?"
대전에 사는 정모(40) 씨는 지난 2011년 회사에 육아 휴직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이러한 대답을 들었다.
2011년에 이어 2016년 현재 육아 휴직 중인 정 씨는 '한 번'도 아닌 '두 번'째 육아 휴직 중이다.
아들만 셋이라는 정 씨는 또다시 휴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계기를 설명했다.
"10살, 7살, 3살 아이들을 키우는데 한 번은 세 아이가 동시에 아팠다. 아내랑 둘 다 발을 동동 구르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맞벌이로도 두 달간 지내봤지만, 도저히 아이들을 키울 수가 없더라"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정 씨는 "돈이 먼저일까 아이가 먼저일까 고민했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저와 가족 모두 만족한다"며 "육아 휴직을 하면서 주부 우울증까지 경험했는데, 아내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사기업에 다니는 정 씨는 첫 사내 남성 육아 휴직자였고, 정 씨의 육아 휴직 이후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남성 육아 휴직자가 많이 늘고 있다고 정 씨는 전했다.
하지만 그런 정 씨 역시 육아 휴직에 대한 '눈치'와 '부담'은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 남성 육아 휴직하고 싶은자…'눈치'를 견뎌라?
CBS가 만난 육아휴직 사용 남성들은 "회사의 눈치와 복귀했을 때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 육아 휴직서를 내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최근 6개월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충남의 한 공공기관 직원 A(40) 씨 역시 육아 휴직서를 낼 때도, 돌아오면서도 상사로부터 "남자가 무슨 육아 휴직이냐는 핀잔을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A 씨는 "저 같은 공무원조차 육아휴직을 쓰기엔 너무나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상사 한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윗세대는 남자가 육아 휴직을 하는 것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 구청장은 A 씨에게 "육아 휴직을 뭐하러 내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 씨는 "육아 휴직을 통해 아이랑 많이 친해져 너무 행복했다"며 "맨날 일하는 아빠여서 같이 놀아주지도 못했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는데 이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알게 됐고 아빠를 더 많이 좋아해 준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제'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해 근로자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아가는 제도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청은 전환형 시간선택제, 남성육아 휴직, 대체인력 채용지원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전·충청권 남성 육아 휴직자 수는 430명으로 지역 전체 육아 휴직자 수의 6.1%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인 5.6%보다 높았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권장·장려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면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증액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했다.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가사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남성육아휴직 활성화 등 직장문화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주나 상사의 '의식 변화' 없이 '제도'만 확산시키려 한다면 정착도 어려울뿐더러 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또한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성 육아 휴직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각한 사회 위험 요소라는 시대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직장문화와 사회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뒤따라야만 남성 육아 휴직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