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인 창모(CHANGMO·본명 구창모)는 화제의 중심에 있는 '엠비션 뮤직'에 합류한 신예 래퍼 중 한 명. 2014년 첫 싱글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작업물을 내놓은 창모는 올해 발표한 EP 'M O T O W N'과 '돈 벌 시간2'를 통해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동시에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 음악을 들려주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엠비션 뮤직 합류로 또 한 번 주가가 상승한 힙합씬 기대주 창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소개를 부탁한다.
"엠비션뮤직 소속 프로듀서 겸 래퍼 창모다."
-본명을 활동명으로 쓰는 래퍼는 흔치 않은데.
"과거 '루페'라는 이름을 쓴 적도 있다. 누구나 활동명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오는데, 내 이름이 가장 예쁘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메즈가 "친분은 없는데, 음악을 너무 좋게 들었다"며 지목했다.
"나도 자메즈 씨 음악을 좋아한다. 특히 '1/4' 앨범을 좋게 들었다.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지 않지만, 거칠고 센 느낌이 곡에 묻어나는 게 예술적이라는 생각이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다섯 살 때부터 열아홉 살 때까지 피아노를 쳤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힙합에 빠진 건 그 이후부터인가.
"그렇진 않다. 힙합 음악을 처음 접한 건 열네 살 때다. 미국 힙합이 멋있어 보였고, 그걸 그대로 카피해보곤 했다. 그루브, 말투, 성격, 행동, 옷 입는 방식까지 전부다.
-계기가 있었나.
"음악 채널을 자주 봤다. 뮤직비디오만 틀어주는 시간대가 있었는데, 특히 MTV에 힙합 음악이 자주 나왔다. 그러다 제대로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찾아 들어본 게 2pac 음악이다. 그전까지 에픽하이 정도밖에 몰랐는데, 이후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도 찾아 듣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에 나온 주석 앨범을 많이 들었다. 다이나믹듀오, 빅딜레코드도 좋아했고. 미국 아티스트 중에선 T.I, Neptunes 등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건.
"스무 살 때부터 믹스테이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랩하고 곡을 만드는 건 모두 독학으로 배웠다. 더디긴 했지만, 그만큼 스스로 터득한 게 많다."
-2014년 6월 발표한 'Gangster'가 첫 싱글이다.
"믹스테이프을 발표한 뒤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음원을 발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힙합씬에 새로운 걸 가져다주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안고 시작했다. 그런데 과욕이 앞섰다. 일렉 음악을 하는 친구와 함께 스튜디오도 빌리고 돈을 많이 들여 작업했는데, 결과물이 아쉬웠다."
-그 이후 2년 동안 신곡이 없었다.
"슬럼프가 왔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맛보는 경험이라 두려움도 느꼈다. 동시에 더 내공을 쌓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Gangster'의 실패를 통해 퀄리티의 중요성을 알게 된 셈이다. 그래서 작년까지 정식으로 곡을 발표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작업에 몰두했다."
-지난 3월 발표한 EP 'M O T O W N' 이야기를 해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혼자 모든 걸 도맡아 프로듀싱 한 첫 번째 앨범 단위의 작품이다. 사실 '모 타운'이 잘 안 되면 음악을 더 이상 못할 것 같았다. 첫 싱글이 후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사람들이 날 잊은 듯했다. 그런데 다행히 결과가 굉장히 좋았다. 선배 래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들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한 달 뒤인 4월 발표한 싱글 '담배'는 팬 서비스용이었나.
"맞다. 재지팩트 앨범을 많이 듣던 시기인데, 일종의 오마주다. '담배'처럼 재지한 느낌의 곡들도 평소 꾸준히 만들고 있다."
"'돈 벌 시간2'는 창모가 어떤 래퍼인지를 드러내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만들 땐 'M O T O W N' 때와는 또 다른 조급함이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 곡에 대한 반응은 좋은데, 그게 수입으로 이어지진 않았거든. 큰 거 한 방을 노려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작업한 앨범이다. (웃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들이진 않았다. 스무 살 때 산 장비로 믹싱부터 마스터링까지 혼자서 했으니까. 딱 10만 원 들인 앨범이다. 그 돈도 앨범 커버 찍어준 작가님에게 쏜 밥값이다."
-그래서 정말 돈을 많이 벌었나.
"정산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확한 매출은 모르겠는데, 이전 앨범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벌었다. 한 마디로 굉장하다. 하하."
-'돈 벌어' '돈이 하게 됐어' 등 돈을 주제로 한 노래가 유독 많다.
"앞으로도 돈 이야기를 자주 할 것 같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돈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머니 스웩'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돈 자랑은 한 적이 없다. 돈을 벌고 싶다고 했을 뿐."
-'나는야 읍 리 출신'이라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남양주시 덕소리 출신이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온 동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사에 많이 담게 된다. 미국 래퍼들이 왜 자기가 컴턴 혹은 뉴욕에서 왔는지를 설명하듯이."
"10월 초쯤 엠비션뮤직이 만들어졌다. '돈 벌 시간2'가 발매될 즈음에 더콰이엇 형님이 같이 해보자면서 연락을 주셨다. 난 당연히 감사하다고 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예전부터 도끼, 더콰이엇과 친분이 있었나.
"열아홉 살 때부터 알고 지냈다. 데모곡을 만들어 이메일로 보냈는데, 좋게 들어주셨고 간간이 일리네어 앨범에 피아노 세션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왜 창모를 택했을까.
"꾸준히 실력을 증명해온 덕분인 것 같다.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지 못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음악한 걸 높게 평가해주신 듯하다."
-엠비션뮤직에 합류한 소감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사실 일리네어 말고 다른 레이블에 들어가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더콰이엇 형은 소울컴퍼니 시절부터, 도끼 형은 올블랙 시절부터 좋아했다,"
-어떤 점이 가장 만족스럽나.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굉장한 음악 장비들을 사주셨다. 굉장한 손목시계도 함께 사주시고. (웃음). 도끼 형 콘서트에 같이 설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음악적인 변화도 있을까.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일리네어 하면 떠오르는 게 '부티'인 만큼, 내 음악도 조금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사춘기에서 어른이 되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곧 새 EP 앨범을 낼 거다. 이전보다 한 단계 성장한 사람, 새로운 환경에서 음악하게 된 래퍼의 이야기가 담길 것 같다."
-'핫'한 래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돈 벌 시간2' 이후 그런 분위기를 체감한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관심 가져주는 건 좋은데, 이럴 때일수록 붕 떠서 사고 칠 수 있으니 최대한 모든 걸 절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집 밖에 잘 안 나간다. (웃음). 잘 나가던 축구선수도 술 먹고 이러면 폼이 떨어지잖아."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나.
"내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는 좋은 음악적 뿌리가 있다는 거다. 이미 나온 걸 그대로 답습하는 것보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카피는 할 수 있어도 나 매력을 못 살리는 음악을 하고 싶다. 보통 그런 음악을 하면, 비주류가 될 확률이 높은데, 나만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트렌드함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창모에게 힙합이란 뭔가.
"내 인생을 바꿔준 존재다. 진짜 그렇다."
-자신의 대표곡 3곡을 꼽아보자.
"1번은 '마에스트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잘 담긴 것 같다. 2번은 '돈 벌어'. 내가 왜 '돈 벌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됐는지 알 수 있는 곡이다. 3번은 '아름다워'. 꿈을 위해서는 강하게 나아가는 편이지만, 사랑, 우정 소소한 감정들에 있어서는 엄청 여린 사람이란 걸 알려주는 곡이다."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저스디스 씨를 꼽겠다. 올해 나온 앨범을 들었는데 최고였다. 음악 잘 들었다고 SNS로 메시지 보낸 적도 있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도 명반으로 불린다. 그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