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달 16일 LA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
미국자동차공학회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 중 '완전 자율주행' 수준을 의미하는 최종 단계(레벨 4)의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소개됐다.
아이오닉 전기 자율차는 현대차 그룹의 미래차 개발 현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이 차에 투입된 자율차의 핵심 부품 중 국내에서 만든 것은 없었다. 자율차의 4대 핵심부품인 카메라, 가까운 거리를 탐지하는 라이다, 레이더, 센서는 모두 해외 제품으로 전해졌다.
전기 자율차의 테스트 단계인 만큼 외국 제품을 쓸 수도 있지만 자율차 시대를 맞이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준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는 셈이다.
실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연구개발에 들이는 돈이 독일과 일본 등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은 2010년 이후 매년 40조원씩 300조원에 가까운 돈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한 해에 27조원, 미국은 18조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체는 한해 평균 5조원 정도이다. 독일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보다 5천억 원 가까이 늘렸는데, 그 돈이 3조 5121억원였다.
삼성이 9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동차 전장사업체 하먼을 인수한 반면 현대차는 삼성동 사옥 건축을 위해 땅을 산 것을 두고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는 추격 모방 전략이 가능했지만 전기자율차 등 미래차 연구 개발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갈 수 없는 진검승부인 만큼 새로운 방식의 협력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과거 가솔린 내연기관차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보기 위해 자동차 선진국 업체를 따라가면서 연구개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지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 웨어 중심의 미래차는 획기적인 연구개발 투자 없이 따라갈 수 없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기존 수준에서 정체되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결국 투자 축소에 이어 판매물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3년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발전 여부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본다.
2017년에는 전기차가 세계에서 백만대를 넘게 되는데, 신제품이 전체 물량의 1%를 넘는 시점부터는 성장속도는 매우 빨라진다고 한다. 게다가 2018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자율자동차 허가가 나고, 2019년에는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 자율차가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테스트 카를 만드는 단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체 개발 부품을 쓰지 않는다"며, "향후 전기자율차 부품 개발과 관련해서는 자체개발과 국내 연관산업 개발, 글로벌 소싱 등이 투자 효율성과 전략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