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400조7천억원의 정부 예산안 '원안'이 올라가 있다. 원래는 정부안에서 감액과 증액 등의 심사를 거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안이 올라가 있어야 하지만 여야가 아직까지 예산안을 두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 김현미 의원(민주당)은 예결위 심사 종료시한인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까지도 내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최대 쟁점은 해마다 재원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이다. 여야 3당은 논쟁 끝에 지난 1일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3년 동안 한시 편성하고, 여기에 교육재정교부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누리과정 비용을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전입금 형태로 일반회계 1조원을 투입해야하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논의는 답보상태다.
야당은 정부가 일반회계 1조원 투입이 어렵다면, 결국은 재원확보를 위한 세입을 늘리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 중이다.
현재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여기에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 등도 압박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어떻든 예산안 심사 시한이 넘어가면 일단 국회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 원안을 올려놓고, 막판에 정치 흥정을 거친 수정안을 본회의에 끼워 넣는 편법이 올해로 3년째 이어지게 됐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박형준 교수는 “예산심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인데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예산심의를 한정된 기간 안에 시한을 정해놓고 하다보니 정치적으로 막판에 결정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심도 있는 예산심의를 위해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들은 아예 자기 지역구 예산은 손 댈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국회 예결위는 지난 10월 25일 이후 파행 없이 운영됐지만, 4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정해진 시간 안에 심의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이는 예결위를 상설화해야 제대로 된 예산안 검토가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이미 지난 2014년에 국회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예결특위 상설화’에 합의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은 이번 예산안도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