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 투수는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하다. 한번 메이저리그(MLB) 진출 무산의 아쉬움을 겪은 양현종은 일본 무대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차우찬 역시 미국과 일본 무대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다만 SK 에이스로 남은 김광현(28)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2년 전 양현종과 함께 MLB 진출 무산의 아픔을 맛본 김광현은 완전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올해는 꼭 태평양을 건너리라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SK와 4년 85억 원에 계약했다.
MLB의 평가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던 탓이다. 2년 전 김광현은 독점협상권에 대한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에서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낙찰됐다. 응찰액도 높지 않았고, 샌디에이고와 협상도 순탄치 않아 무산됐다. 이번에는 FA 자격을 얻어 다시 MLB 구단들과 협상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양현종과 차우찬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광현보다 압도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양현종은 올해 10승 12패 평균자책점(ERA) 3.68을, 차우찬은 12승6패 ERA 4.73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11승8패 ERA 3.88이었다.
물론 이들은 국내 잔류할 경우 김광현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일 경우에는 다르다. 이미 차우찬은 일본에서는 기대 이하의 몸값이 예상된다는 후문이다. MLB의 경우도 불펜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잭팟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양현종→KIA, 차우찬→LG' 두산 대항마 가능
일단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포기한다면 원 소속팀 KIA에 남을 공산이 크다. 워낙 고향팀에 대한 애정이 큰 데다 KIA 역시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이미 KIA는 FA 최대어 최형우에 4년 100억 원을 안기며 빵빵한 지갑을 과시했다.
특히 KIA가 양현종을 잡는다면 2009년 이후 우승을 노릴 전력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KIA는 올 시즌 막판 안치홍-김선빈이 제대해 약점이던 키스톤 콤비가 보강된 데다 최형우를 데려와 4번 타자 자리도 채웠다.
우완 에이스 헥터 노에시와 좌완 팻 딘,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까지 KIA는 외인 구성도 마쳤다. 여기에 양현종까지 붙든다면 KIA는 10개 구단 최정상급 전력을 갖출 수 있다. 올해 짧게 가을야구를 마쳐 아쉬움이 큰 양현종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G는 올해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한 데이비드 허프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KBO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헨리 소사와 4번 타자 고민을 해결해준 루이스 히메네스와도 재계약했다. 올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만큼 내년에는 전력이 더 나아질 여지가 많다.
그런 LG에 차우찬은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특히 두산 왕조 건설의 기틀을 마련한 장원준의 길을 걸어갈 바탕이 될 수 있다. LG도 두산처럼 투수 친화적인 잠실을 홈으로 쓴다.
차우찬도 장원준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올해 잠실에서 2승 ERA 2.82를 찍은 차우찬은 대구에서는 4승3패 ERA 4.50이었다. 지난해도 차우찬은 잠실에서 1승 ERA 1.23이었지만 대구에서는 7승5패 ERA 5.59였다. 만약 차우찬을 영입한다면 LG 선발진도 두산 부럽지 않게 된다.
양현종과 차우찬, KBO 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내년 대권을 노리는 팀들의 촉각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