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10분 머문 대통령…상인들 "왜 왔나" 싸늘한 반응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전격 방문했지만, 시장 상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헬기 편으로 대구에 도착한 뒤 오후 1시 30분쯤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경호원들과 경찰에 둘러싸인 채 현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차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김영오 상인회장의 안내를 받아 현장으로 향했다.

화재 현장을 둘러본 박 대통령은 일부 시민과 행인인들이 "박근혜 화이팅","힘내세요"라고 외치자 멈칫거리며 그쪽을 한 번 쳐다본 뒤 차를 타고 곧바로 떠났다.


서문시장 도착에서 떠나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1일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상인들(사진=권소영기자)
피해 상인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현장 상황본부를 지키고 있던 권영진 대구시장을 찾지도 않았다.

재난 현장을 지키던 자원 봉사자들의 손을 잡거나 소방관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을 안내했던 김영오 상인회장과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대통령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4지구 전직 상인회장이라고 밝힌 도기섭(63)씨는 "지금 하루 아침에 모든 생계 다 버렸다. 밥 먹을 수도 없고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패닉 상태에서 대통령이란 분이 오셔서 우리 상인하고는 대화한마디 안 하시고 오셨으면 애로사항 뭔지 대통령으로서 뭘 도와줄 것인지 이런 말 한 말씀 하시고 가셔야 하는거 아닙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상인인 정성분(68)씨도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나와 보니 벌써 가버리고 없다 하더라. 이런게 어디 있냐? 우리 상인들을 위해서 위로의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가야하는데"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서문시장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권소영 기자)
주변의 상인들도 이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또,동산네거리 일대에서는 대구 참여연대 회원 등 시민단체 회원 40여 명이 '박근혜 퇴진' 등의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후보 시절이나 총선 직전 서문시장을 찾았을 때의 뜨거운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해서인지 대구시는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 현장을 찾은 대통령이 성난 민심이 두려워 피해 상인조차 만나지 않고 금방 떠나자 차라리 오지 않으니만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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