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위험'합니다

[단디바 프로젝트①] 폐지 줍는 김 할머니 이야기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도로나 골목에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간단한 안전장치도 없이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들에게 '생명의 끈'을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위험'합니다…김 할머니 이야기
② 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③'단디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④ 어르신, 이제 '단디' 매세요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모두가 잠든 새벽 2시. 허리가 굽은 김 할머니는 작은 손수레를 어렵게 끌어내 집 밖으로 나선다. 12월 초겨울 영하의 날씨. 옷을 두툼하게 입었지만 날카로운 바람은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깜깜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달캉달캉"

골목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무것도 실리지 않은 손수레가 소리를 냈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대로변으로 나가자 할머니는 2차로 가장자리로 손수레를 올려놓았다. 새벽 시간은 차량이 거의 없어서 포장이 된 도로에서 손수레를 끄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달그락 소리를 내던 손수레 소리도 줄어들었다.

새벽이라고 차가 없는 건 아니다. 할머니가 끄는 손수레 옆을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시속 60km로 제한속도 규정이 있지만 새벽에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할머니는 길가에 놓인 폐지를 수레에 담기 시작했다. 주로 영업을 마친 가게 앞에 놓여있는 빈 박스였다. 오늘은 박스가 많은 편이었다. 아직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지 않았나 보다.

할머니가 사는 동네 근처에는 폐지나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이 많다. 할머니들은 작은 손수레로 폐지를 줍는다. 할아버지들은 큰 손수레로 고철, 플라스틱, 고무 등도 수거한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도로를 걷던 할머니는 큰 박스가 많이 쌓여 있는 가로수 아래 멈춰 섰다. 식당 앞이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할머니 손이 빨라진다. 박스를 밟고 접기를 수차례. 박스를 손수레에 실은 할머니는 다시 도로위로 나섰다.

"빵. 빵"


그 때, 2차로로 빠르게 달려오던 차량이 상향등을 비추며 경적을 울렸다. 순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빛이 강렬했다. 간신히 차선을 변경한 차량은 할머니를 피해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차량이 근처에 오기 전까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할머니는 무덤덤했다. 밤에 폐지를 줍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던 할머니는 운전자가 언제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며칠 뒤. 할머니는 늘 그랬듯 도로 가장자리 노란 점선을 따라 수레를 끌고 있었다.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쿵"

차량은 그대로 할머니와 손수레를 들이받았다. 급브레이크와 함께 차량은 멈춰 섰고, 할머니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운전자는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태연히 사고 현장을 떠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뺑소니 차량이었다. 흩어진 폐지, 부서진 손수레.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아무 미동도 없었다.

◇위 글은 관련 자료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가상의 김 할머니를 통해 재구성한 했으며 단디바 후원을 위해 '다음 스토리 펀딩'에 함께 제공됐습니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고로 세상 떠난 어르신들
- 2015년 9월 19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골목길에서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 2015년 6월 30일 밤 인천 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 2015년 4월 20일 새벽 전남 목포의 한 도로에서 손수레로 폐지를 줍던 노인이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 2015년 3월 2일 저녁 강원도 양구의 한 도로에서 유모차로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 2012년 10월 31일 새벽 울산 중구의 한 골목길에서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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