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김기춘 '거북이 수사'…소환 자신없는 검찰

왼쪽부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검찰이 '피의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늑장수사한데 이어 소환조사마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황제수사'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 "우병우‧김기춘, 특검 전 소환조사 어려워"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30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통해 두 사람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소환조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특검 전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에 대해 "자신있게 답변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4건 고발돼 현재 '피의자' 신분이지만, 특검이 곧 시작되는 시간적 한계를 이유로 소환조사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고발장 접수 이후 수사 착수에 시간을 끌면서 검찰이 이들을 봐주기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우병우, 늑장 조사에 '황제 소환'까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지난 8월 우 전 수석의 ▲넥슨 서울 역삼동 처가 땅 고가 매입 ▲처가의 화성 땅 차명 보유 ▲의경 아들의 특혜 보직 ▲‘정강’ 관련 횡령·배임 등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9월에는 돼지분양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도나도나' 사건에 수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했다는 혐의(변호사법위반)의 고발장도 추가됐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지 두 달 넘게 지난 6일에야 우 전 수석을 소환해 '늑장 조사' 논란이 일었다. 그 마저도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짓거나 책상 등에 기댄 듯한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황제 소환'이란 비판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수본은 마지못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에 착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014년 4월쯤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하지만 특수본은 지난 9일 우 전 수석의 자택을 뒤늦게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기존 통화 내역이 없는 '깡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서울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도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증거인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김기춘 수사도 '미온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특수본은 지난달 31일 김 전 실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2014년 10월쯤 김희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다.

문체부 내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것으로, 이들 가운데 3명이 공직을 떠났다.

하지만 특수본은 고발장 접수 이후 한 달 동안 "아직 특별한 혐의가 발견된 게 없다. 필요하면 소환조사 하겠다"며 김 전 실장을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두 사람 수사를 지연시키며 특검에 떠넘기기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변호사는 "피고발인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수사의 가장 기본"이라며 "결국 검찰이 '시간 부족'이라는 비겁한 핑계로 특검에 책임을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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