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쌀 직불금도 포함돼 있다.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대신 국가수매물량을 늘리는 방안과 수입보장보험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직불금 체계 개편방안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농민들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큰 물줄기를 바꿔놓지는 못했다.
이번, 개편방안도 벌써부터 정부와 농민 간에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추진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정부, 농업직불금 체계 개편 추진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농업직불금은 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 친환경직불금, 폐업지원직불금 등 10종류가 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에 처음 직불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해 새로운 직불금이 생겨나면서 종류가 많아지고 중복 지원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직불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쌀 직불금의 경우 오히려 쌀 과잉생산을 유발해 결국은 쌀값 폭락 등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직불금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은 “직불금 연구용역 결과는 12월말에 나올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용역보고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중복된 직불금은 하나로 통폐합하고 공익적 기능이 떨어지는 직불금은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등 다양한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정부와 농민, 쌀직불금 개편에 동의…시행 방안은 제각각
일단 지금까지 직불금 개편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최대 쟁점은 ‘쌀 변동직불금’이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18만8000원)을 정해 놓고 실제 산지 쌀값이 목표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의 85%를 지급하는 제도다.
농식품부는 올해 쌀값 하락으로 농가당 평균 200만 원 정도의 변동직불금이 지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직불금에 대해 정부와 농민 양측 모두가 불만이 많다.
농민들은 쌀 목표가격이 5년에 한 번씩 책정돼 생산원가와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종혁 정책과장은 "변동직불금을 충분히 보장한다고 해도 쌀값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올해 쌀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9777억 원을 책정했으나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3만 원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5000억 원을 추가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예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변동직불금에 불만이 많다보니 정부와 농민 모두가 개편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온도 차이가 크다.
전농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대신 국가수매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됐다.
국내 쌀 생산량의 30%를 정부가 정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수매하라는 것이다. 올해 쌀 생산량 420만 톤을 감안하면 126만 톤에 달하는 양이다.
전농이 굳이 생산량의 30%를 제안한 것은, 현재 전체 쌀 생산량의 70% 정도가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농협과 민간RPC 판매용 등으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30%를 정부가 수매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국가수매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매자금은 연간 1조4900억 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농민들 주장대로 수매물량과 수매가격을 정할 경우 이를 초과한다는 논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가격인 쌀 80kg 한 가마에 14만원씩, 126만 톤을 수매할 경우 2조2천억 원에 달한다"며 "결국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농은 국가수매제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변동직불금의 쌀 목표가격을 현재 18만8천원에서 23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준기 박사는 "우리나라의 직불금 체계가 쌀 중심으로 돼 있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는 변동직불금 체계를 개편해야 하는데 정부와 농민들 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수입보장보험, 농가소득제 시행여부 논란
농식품부는 지금의 쌀 직불금 체계는 농사를 많이 짓는 부농들에게 유리하고 소농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게 돌아가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직불금 체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10ha까지는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지금처럼 지급하고, 10ha 이상 논에 대해서는 수입보장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보장보험이란 벼농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평균 수입액을 정해서, 쌀값 하락과 작황 부진 등 원인별로 수입 감소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보험금은 정부가 50%, 지방자치단체 25%를 지원하고 농민 자부담은 25% 수준으로 정하면, 농민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직불금 예산을 줄이는 대신 보험금으로 처리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수입보장보험은 가입률에 따라 변화폭이 크다"며 "농민들의 경영안정 측면에서 보면 불안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해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밖에 이번 직불금 개편과 관련해 가칭 '농가소득제'시행 여부를 놓고 정부와 농민단체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국내 모든 농가에 월 2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민들이 농촌에 살면서 마을 청소와 농지보존 등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고, FTA 등 개방농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형편상 가구당 연간 240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또 다른 직불금을 만들자는 얘기로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